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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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금 / 길이신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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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 [osspaolo] 쪽지 캡슐

2008-04-17 ㅣ No.35472

출장이 유난히 잦은 나에게
어떤 자매가
<신부님, 운전을 좋아하시나봐요?>라고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실 길을 좋아하지요.>라고 답했다.
수도생활 여정 안에서
줄곧 떠나지 않는 나의 테마는 <길>이다.

얼마전에는
10여년 전 양로원 할머니들을 방문하기 위해
자주 다녔던 비포장길을 다시 가본 적이 있다.
이제는 너무도 길이 잘 포장되어 있어
언제 지나쳤나 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때 울퉁불퉁한 비포장길,
비가 온 뒤면 버스가 패인 웅덩이를 피해 곡예 운전을 하고
한시간쯤 여정을 마치고 나면
마치 말을 탄 듯 속이 확 뒤집어 지는 체험도 하였었는데...

그 당시에 그 비포장길은
나에게 길에 대한 많은 묵상꺼리를 제공하였었다.
우리 인생살이, 수도생활의 여정도
바로 이런 비포장길이라는 것,
때론 웅덩이도 있고 큰 돌멩이도 있어
피해 가야 할 때도 있고
느리지만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는 것,
고속도로는 절대로 아닐 것이라는 것,
이 길이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이었고,
바로 <그리스도 그분>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도 유난히 시골길을 즐겨 찾는다.
갈수록 도로확장으로 인해 오지길이 없어지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길을 걸을 때마다,
길을 달릴 때마다,
그림 속에 있는 길을 볼 때마다,
<길이신 그분>을 만난다.
그분이 나의 길이다.
그분이 나를 목적지까지 인도해 주시는 안내자이다.
나는 그 길을 즈려밟고 가기만 하면 된다.
그 길이 없다면
나는 길없는 길을 무작정 헤메야 한다.

오늘도 나는 길을 건는다.
노랫말처럼, 무작정, 정처없이 걷는 나그네 길이 아니고
그분과 함께
그분을 밟고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희망의 길이다.
이 길을 함께 가는 도반들이 많이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선물이다.
이렇게 함께 길을 걷는 도반들과
그분을 즈려밟고
하느님 나라로 향해가는 이 발걸음이
어찌 무거울 수 있으리오?

고속도로를 경쟁하면서 쌩쌩 달리는 것보다
느리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골길을 산책하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도반들이여,
오늘도 함께 걸읍시다.
길이신 그분과 함께
그분을 살며시 즈려밟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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