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해군기지 찬성자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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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제주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옳고 그른 걸 떠나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주변 강대국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군사적으로 약소국이기도 하고, 또, 역사적으로도 많은 침략을 당하다 보니 그만큼 더 군사력에 대한 갈망이 있을 수 있지요. 그래서, 차라리 그런 쪽의 접근이라면, 그런 이유로 찬성을 한다면 이해는 갑니다. 저와 의견이 다를지언정 말입니다. 그러나, 그 점을 제외하고는 정말 이해못할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네요. 제가 만약 제주해군기지 찬성자라면 이럴 것 같습니다. 국가의 억지에 의해서(절차적으로 보면 분명히 억지 맞습니다. 편법 동원이고요.)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먼저 가질 것 같습니다. 그분들을 돈에 환장한 사람으로 매도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으로 매도하지 않고, 종북세력이라 매도하지 않고... 그래서, 정부가 다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주민을 설득하고 잡음 없이 제주기지를 추진하길 바랄 것 같습니다. 또, 교회의 가르침을 알지만, 그를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저 자신을 부끄러워할 것 같습니다. 분명히 교회의 가르침은 군비경쟁이 진정한 답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르침을 따라 제주교구에서 반대를 하고 있고요. 제가 찬성자라면, 그런 가르침을 알면서도 그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주장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 같습니다. 그 가르침을 부정하지도 않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신부님, 주교님들을 욕하지 않고, 나만의 궤변으로 그 가르침을 왜곡하려 하지 않고... 그래서, 제 약한 믿음을 강하게 해 달라 기도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이는 대다수의 찬성하는 분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 그분들을, 그분들을 도우는 활동가들을,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성직자, 수도자들을, 비꼬고, 조롱하고, 매도하기 바쁘네요.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은 원수도 사랑하라 하셨는데, 저는 원수도 아닌, 그런 분들조차 사랑하기 힘드네요. 사랑은 커녕 미워하지 않기도 힘드네요. 제 믿음을 위해 먼저 기도하렵니다. 10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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