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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2-28 ㅣ No.110400

달력을 보니 2월은 28일까지만 있습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2월은 28일만 있는 것일까? 다른 달에 비해서 2일 또는 3일이 작습니다. 과학자들이 정한 것이겠지만 2월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짧은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아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옥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달이 좋을 것입니다. 군에서 제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짧은 달이 좋을 것입니다. 방학을 즐기는 학생들에는 짧은 것이 아쉬움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하는 사람에게는 짧은 것이 괴로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2월은 아무런 불평 없이 다른 달에 비해서 짧은 날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가끔씩 목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침술원에 가면 선생님께서 침을 놓아 주시고, 지압으로 시원하게 목을 풀어 주십니다. 목이 아픈 것은 걷는 자세가 나빠서 인 경우도 있고, 수면 자세가 좋지 않아서 인 경우도 있고, 컴퓨터를 너무 가까이 해서 인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목 운동을 자주 하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이 아픈 대부분의 이유는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예전에 건강한 남자와 부실한 남자의 하루를 텔레비전에서 보았습니다. 건강남과 부실남은 하루의 시작이 달랐습니다. 먹는 것도 달랐고, 일하는 것도 달랐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건강남은 더욱 건강하게 되었고, 부실남은 더욱 부실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둘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건강남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밥을 먹습니다. 담배는 끊었고, 술도 적당히 마십니다. 주어진 일은 기쁘게 하고, 동료들의 일도 도와줍니다. 가끔씩 명상도 하고, 책도 읽습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월급은 잘 관리해서 적금도 들어 놓았습니다.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서 자격증을 따 놓았고, 외국어 학원도 등록했습니다. 시민단체에 가입을 했으며 정기적으로 후원금도 보냈습니다. 얼굴 표정은 늘 밝았고, 또래 젊은이들보다 젊어 보였습니다.

부실남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아침은 먹지 않습니다. 전날 술을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다. 낮은 층수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합니다. 입에 좋은 컵라면을 즐겨 먹습니다. 운동보다는 컴퓨터의 게임에 몰두합니다. 회식자리에서는 빈속에 먹어야 좋다며, 안주를 거의 먹지 않습니다. 2차는 기본이고, 기분이 좋으면 3, 4차까지 가서 술을 마십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속이 쓰리니, 또 라면을 먹고, 컴퓨터 게임을 합니다. 부실남은 점점 건강이 나빠지고, 허리도 아프고, 얼굴에 윤기가 없어집니다. 아직은 젊기 때문에 몸이 버티지만 둑이 무너지듯이 언제 건강이 나빠질지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주변으로부터도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니, 어른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부모님께 용돈을 타려니 미안하기는 한데, 달리 돈을 구할 방도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남과 부실남은 원래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나의 선택이 나를 건강하게 할 수도 있고, 부실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몸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은 우리의 마음에 의해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집회서의 이야기입니다. 건강한 신앙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 계명에 충실한 것, 은혜를 갚는 것, 자선을 베푸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 했다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을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결실을 맺을 것이고, 말만 앞서는 사람은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인이 가야할 길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수도자들이 착복식, 허원식을 할 때 당부하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영적으로 새로이 태어났기에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수도생활을 시작하겠다는 것, 수도자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신분상승의 표시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세상의 옷을 벗고 수도복으로 갈아입는다는 것은 세상을 벗고 그리스도란 예복으로 갈아입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를 입는다는 것은 뭔가 획득하겠다는, 뭔가 상승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기꺼이 이 세상에서 손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착복하겠다는 것은 가장 아랫자리로 내려가겠다는 다짐입니다. 서원하겠다는 것은 내 의지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를 온전히 하느님께 묶어두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도자들이 물 좋은 자리 찾기 시작하면 그 수도생활은 이미 볼 장 다 본 생활입니다. 수도자가 떠나라는데도 안 떠나고 버티기 작전으로 나오면 그것처럼 불행한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수도자가 고상하게 꾸며진 넓은 사무실에 애착을 느끼고, 안온한 독방에 갇히기 시작하면 그걸로 끝장입니다. 주님의 옷으로 갈아입은 여러분! 늘 버리십시오. 용기를 내고 떠나십시오. 고상한 곳, 살 맛 나는 곳, 때깔 나는 곳이 아닌 저 시끄럽고 악취가 풍기는 세상의 한가운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십시오. 거기에 주님께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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