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투성이 해군기지 공사 현장···총체적 안전점검 필요한 시점

   
▲ 지난 26일 케이슨과 충돌해 침수중인 삼성물산 소속의 예인선 3001삼양호. 이 선박은 지난 여름 태풍에 의해 파손된 채 방치된 케이슨에 의해 사고를 당했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강정해군기지가 지난 달 25일 24시간 공사에 들어가며 공기단축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전사고들이 발생, 공사기한을 앞당기려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번 달에만 벌써 두 번의 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8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남쪽 약 300미터 해상에서 항해사 김모(43)씨가 로프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해군기지 공사 참여업체인 T건설 소속 예인선이 바지선을 끌던 중 10여 미터의 로프가 끊어지면서 참사를 당했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공사장 남쪽 해상에서 삼성물산 소속  예인선 3001삼양호 강정 앞바다에서 케이슨을 가거치 한 후 복귀하다 해상에 방치된 케이슨과 충돌해 침수했다. 먼 해상이었다면 승선원 7명이 큰 봉변을 당할뻔한 순간이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사업계획 자체의 타당성 논란과 별도로 공사진행 과정에서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을 낳아왔다.
이번 해 3월11일 화순항에서는 바지선에 이끌려 이동하던 플로팅 독(floating dock, 반잠수식 야외 작업장)이 강풍에 떠밀려 정박중인 어선 3척을 들이받으면서 2척이 침몰하고 1척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5월12일에는 케이슨 내부 철근 연결을 도면보다 짧게 사용했다는 부실시공 의혹이 내부 공사 인부들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여름에는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해 개당 15억원 짜리 8800톤급 케이슨 7개가  파손됐고, 그대로 앞 바다에 방치되면서 지난 26일 삼양호 침수 사건의 단초가 됐다. 이번 11월 두 차례의 사고에 이르기까지 2012년 강정해군기지 건설현장은 말 그대로 ‘사고투성이’인 셈이다.

   
▲ 올해 여름 해군기지 공사장 앞 바다에서 태풍으로 파손된 케이슨. 3개월째 흉물로 방치되면서 해양폐기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침수사고가 난 예인선도 바로 이 케이슨과 부딪쳤다. ⓒ제주의소리 DB

하지만 해군과 건설업체 측은 종합적인 안전 대책을 따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해군기지 감리단은 지난 5월부터 계속 제기되고 있는 케이슨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강정마을회의 공개검증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다. 태풍으로 파손된 케이슨들은 인양되지 않고 수개월째 강정 앞바다에 그대로 방치돼 또다른 사고우려를 낳고 있다.
해군기지의 사고가 반복되면서 하루빨리 체계적인 안전진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해군과 시공사 측은 아직 뚜렷한 답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
지난 26일 삼양호 침수 사건 당시에도 해군기지사업단 관계자는 “케이슨을 투하하려면 적정한 수심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만조 때를 기다렸다가 공사하고 있으며, 이것이 대부분 야간과 겹치는 것”이라며 “규정상 야간공사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대답한 바 있다.
이에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29일 도민의 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법·탈법 해군기지 공사가 이제는 공정률을 높이려는 무리한 공사로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며 당국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