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12월 23일 강정입니다.

스크랩 인쇄

이금숙 [lalee] 쪽지 캡슐

2012-12-24 ㅣ No.1724

함께 걷는 평화의 길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공사가 없는 일요일입니다. 선거 이후 누구나 다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티내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아 모두 참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문규현 신부님께서 강정을 방문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계십니다. 설마 무슨일이 일어날까봐 주민들을 세심하게 어머니처럼 안아주고 계십니다.
 
여의도 국회에서는 2013년 예산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고 1224일 성탄 전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준비중입니다. 너무나 추운데 특히나 영하의 기온에 바람까지 많은 여의도에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저 우리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공사에 저항할 것이며 서울에서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칼바람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이런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들려오는 노동자들과 정의의 사도들의 죽음 소식이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주님 제발 저희들에게 견딜어 낼수 있는 담대함과 인내를 주소서 제발.....
 
11시 미사
문규현(전주교구) 김성환(예수회) 강정 지킴이

주례 강론 : 문규현

제주 강정에서 평화의 왕 예수성탄을 축하드리며. 함께 가는 여정. 그래도, 그래도 희망입니다. 그대가, 또 그대가 희망입니다. 구세주 예수님께서 어둠 속 빛으로, 새 희망으로 세상에 오셨음을 축하, 또 축하드립니다. 제주 강정에서 구럼비의 이름으로 성탄 인사 올립니다. 그래도 희망입니다.’ 5년 전 출판했던 제 책 이름입니다. 이명박 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즈음이어서 크게 실망했지만그래도 희망의 길을 가자며 이름 붙였던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라니 하나 더 붙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희망입니다. 녹색당+ 처럼 그래도+ 희망할까요.

많이들 우셨습니까. 충분히 아파하셨습니까. ‘라고 쉽게 답하지 마세요. 상실감이 그리 쉽게 사라지겠나요너무 애써 이기려하지 마시고 천천히 회복하세요. 저는 대선결과에 아파할 겨를도 없이 강정으로 달려온 덕분에 정신줄 붙잡고 있습니다. 여기 몇 안 되는 지킴이들과 예수회 김성환 신부님, 넋이 나간 주민들은 선거를 놓고 갑론을박할 기력도 시간도 없습니다. 강정에 평화, 구럼비야 사랑해.’ 이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이걸 외치다 울고, 미사 강론 하다가 울고, 들으며 울고, 애써 우스운 얘기 하다 울고, 울다가 웃으려고 버둥거리다 또 울고서로 붙잡고 우는 게 일입니다. 그러다 다시 공사장 앞에 가서 통나무들을 끌어다 펼쳐놓곤 11초라도 공사가 지연되길 소망하며 고착당하고 끌려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의 노동자들 죽음 소식을 듣습니다. 정말로 큰 충격입니다. 정리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후들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켜 봅니다만,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정권교체가 가장 절실하고 절박했던 이유, 박근혜가 당선될 경우 가장 우려하던 그 일들, 죽음의 번호표를 받아든 이들의 절망감이 바로 현실로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또 다시 박근혜 5년을 견디기 힘들다.’ 망자들의 유언은 그대로 지금 강정의 비명입니다. 도무지 남의 일이 아닐 지경으로 이곳은 지금 막막하고 외롭고 괴롭습니다. 그토록 흔들리지 않던 강동균 마을회장이 밤새도록 공사장 앞에서 절 붙잡고 뒹굴며 대성통곡, 절규했습니다. 나는 신자가 아니지만,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리도 가혹하실 수 있느냐고요. 어째야 합니까. 여러분이 이분에게, 또 여기 주민들에게 무슨 말이든 좀 해주세요.

하느님의 섭리, 하느님의 역사는 우리 인간의 기대와는 다르게 작동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하느님의 공의로움과 평화 실현의 여정은 분명 직선길도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도 아닙니다. 오로지 그 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자각과 의지 정도에 의해서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결과와 결실은 우리 몫이 아니며 하느님께 속한 것입니다하느님의 심오한 또 다른 뜻이 이 역사 속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린 희망해야 하고 희망할 수 있습니다.

강동균 마을회장의 무사함을 확인한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분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조심스레 많이 상심되시죠.” 했더니 그래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죠.”라고 조용히 답하십니다. 강 회장 5살이던 29세에 남편 사별하고 3남매를 키우며, 오직 그 아들 하나에 평생 희망 두고 살아온 어머니그 어머니 속이야 더 타들어갈 것도 없는 시커먼 숯덩이일 텐데, 지금은 얼마나 더 힘드시겠습니까. 그래도 절망의 안색 내비치지 않으시며 오던 길에서 내려서지 말자고, 가고자 하던 길 계속 가자고 하십니다. 그 대범함과 올곧음에 제가 오히려 위로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평온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고 힐링과 미래를 논합니다. 저도 힘이 납니다. 그러나 당장에 길이 막혀버린 사람들에겐 매순간이 절벽이고 죽음입니다. 저도 달리 위로할 말이 변변찮아 그냥 여기 같이 있을 뿐입니다. 초라한 마구간을 조산원 삼기까지 마리아 요셉 부부의 초조함과 절박함, 실망감은 얼마나 컸을까요. 출산 임박한 만삭의 임신부를 외면하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방 한 칸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 모두 거룩한 예루살렘 성지순례길에 있던 하느님의 백성들, 똑같이 구세주를 기다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그러나 모두가 외면했지만 마구간이라도 내어준 사람이 있었고, 마구간의 원주인이던 가축들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외롭지 않게 했습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 합니다. 무엇으로 이들이 절망과 고통을 이겨내겠습니까. 강정을, 밀양을, 송전탑 철탑 위 노동자들을 잊지 않고 있다고, 여러분이 큰 소리로 알려주십시오. 비탄과 어둠 속에 있는 그분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주십시오. 살아야 할 이유, 살 수 있는 이유를 여러분의 사랑과 연대로 설득시켜 주십시오. 모두가 외면하고 떠난 외로운 자리에서 생명과 평화의 왕이 탄생하셨다는 성탄의 의미가, 그분들에게 참말로 실감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무엇이든, 그 무엇이든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주 다급히, 간곡히 청합니다.

고인이 되신 두 분 노동자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힘겹고 고단했던 이승의 무거운 짐들 내려놓고, 평화 속에 편히 쉬소서.

문규현 신부 드림.



제주교도소에 수감중이신 이영찬 사도 요한 신부님을 기도와 응원의 편지 부탁드립니다.
제주시 오라동 161 - 407 이영찬. )690-162.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자
이웃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간직하며

강정 생명평화 미사
월요일 오전 11시 오후 4시,
화요일 ~일요일 오전 11


31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