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야 미사서 박근혜 당선인에 “새 대통령, 평화의 가치 깨달아야” 당부 

   
▲ 24일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 미사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강론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비움이야말로 세상에 정의와 공정을 이루고 평화를 건설하는 지름길이다”

성탄절 맞아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새로운 대통령' 박근혜 당선인에게 ‘비움의 진리’를 당부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10시 제주중앙성당에서 강우일 주교가 집전하는 성탄전야 미사가 열렸다. 강 주교는 이 날 미사 강론에서 ‘정의’와 ‘공정’ 그리고 ‘비움’의 실천을 거듭 강조했다. 가톨릭 신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했지만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에 보내는 당부이기도 했다.

강 주교는 이날 “역대 지도자들은 모두 처음엔 가슴 벅찬 목표와 희망찬 약속으로 출발했지만 그런 목표와 약속이 제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국민소득 7% 성장, 국민소득 4만 불 시대, 모두 허공에 울린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며 강론을 시작했다.

또한 “갈수록 일자리 구하기는 어렵고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옛날에는 조촐하지만 골목 어귀에서 판자로 구멍가게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동네 가게들은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과반수가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돌보는 가족도 없고 사회도 쓸모없는 존재로 밀어내는 노인들은 모든 희망과 단절돼 스스로 세상을 하직한다”며 2012년 한국사회의 자화상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강 주교는 “하느님이 창조하시고 하느님이 무상으로 선물하신 것에 멋대로 울타리를 치고 저작권을 주장하고 차별하고 독차지했다”며 “인간들이 하느님 아버지의 정의와 공정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세상은 남의 것을 뺏는 불의와 자기만 독차지하려는 불공정을 벗어날 길이 없다”고 일갈했다. 

   
▲ 24일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 미사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신도들. ⓒ제주의소리

 

   
▲ 24일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 미사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강론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날 미사 강론의 핵심은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에게 건네는 메시지. 특히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 없는 강 주교는 성서를 인용해 우회적으로 '평화'의 가치를 역설했다.

강 주교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정의와 공정을 가르쳐 주시려고 몸소 세상에 작은 아기가 되어 왔다”며 필리피서 2장 6절에서 8절을 통해 그 의미를 설명했다.

“그분께서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 6-8)”

강 주교는 “이 비움이야말로 세상에 정의와 공정을 이루고 평화를 건설하는 지름길” 이라며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가 평화의 군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새로운 권력을 받은 지도자와 그 측근들이 이 비움의 진리를 깨닫게 되도록 우리 모두 기도로 축원해 드리면 좋겠다”며 “이게 세상을 구하는 참된 길”이라고 당부했다.

약자들에 대한 말도 잊지 않았다.

강 주교는 강론을 마무리하며 “감귤밭에서, 비닐하우스에서 수고하는 계절노동자들, 칼바람 맞으며 고기잡이배에서 밤새워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 공사장에서, 시장에서, 식당에서, 술집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분들, 쓰레기 수거차에 매달려 고생하는 환경미화원들, 택시 몰며 밤을 지새우는 기사들 모두에게 구유에서 누우신 아기 예수님의 축복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기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인 25일, 도내 교회와 성당에서 성탄예배와 미사는 계속 이어진다. 성탄절을 맞아 제주중앙성당을 비롯해 제주도내 27개 성당은 물론 도내 모든 교회에서 일제히 성탄 기념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24일 제주 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 미사. ⓒ제주의소리
   
▲ 24일 제주 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 미사. ⓒ제주의소리
   
▲ 24일 제주중앙성당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 미사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신도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