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로즈와 PD수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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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로즈와 PD수첩
'새로운 병원체는 도대체가 죽지를 않는다. 병원에서 수술기구를 소독하는 데 쓰는 고압솥에 넣고 고온·고압으로 고문을 가해도 버틸 정도다. 강력한 자외선을 몇 시간 쬐어도, 포름알데히드에 몇 달간 담가 놓아도, 땅에 몇 년 동안 묻어도, 수십 년 동안 꽁꽁 얼려 놓아도 죽지 않는다. 700도 오븐 속에서 가열해도 살아남는다. 이것은 절대 퇴치할 수 없는 신종 병원체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리처드 로즈는 1997년 인간광우병의 위험을 경고하는 '죽음의 향연'이라는 책을 냈다. 인간광우병에 관한 당시까지의 최신 연구 성과를 전하면서 "성서에 나오는 수준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거나 "2015년에는 1년에 20만명의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 주장을 담아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사회에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던 세력들도 이 책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했다. ▶로즈가 며칠 전 조선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광우병은 멀지 않은 미래에 소멸할 것"이라며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영국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 수백만 마리를 도살 처분하고, 여러 나라에서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덕분에 광우병의 대재앙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제 미국 쇠고기를 통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담배 한 개비로 암에 걸리거나 벼락 맞을 확률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도 했다. ▶로즈가 입장을 바꾸고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즐기고 있다"고 한 것은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1992년 3만7316마리를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 올해는 발병건수가 10건도 안 된다. 인간광우병도 1999년 29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고 올해는 아직 한 명의 환자도 안 나왔다. 그래서 어느 나라도 광우병에 대해 우리처럼 신경을 곤두세우고 벌벌 떨지 않는다.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10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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