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섬집아기 - 소네손 시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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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희 [kohthea] 쪽지 캡슐

2012-11-19 ㅣ No.1682

쿼바디스 도미네?
2011.09. 
                           <섬집 아기>
                  1.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2.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 

내가 이 노래 배울 때는 <국민학교> 학생이었습니다.
나라 전체가 가난하던 시절이라 학교 교실에 사과상자를 엎어 놓고 책상을 대신했습니다.
교실 바닥에 나무상자 다닥다닥 엎어 놓고
한 교실에 동무들이 칠-팔십명씩 땀 흘리며 함께 공부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강냉이 죽과 강냉이 빵도 배급으로 받아 먹었습니다.
그 강냉이는 원조품 즉, 저 위대한 나라 미국에서 거저 준 강냉이이라고 했습니다.
참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 가난이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하고 공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예쁜 담임 선생님께서 이 아름다운 노래 <섬집아기>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천사 목소리와 풍금소리에 맞춰 열심히 불렀습니다.
노래에 바다와  파도소리 그리고 내 작은 꿈과 엄마가 담겨 있었습니다.
입으로 한 소절 한 소절 따라 부르며 가슴으로는 바다와 엄마와 꿈을 그렸습니다.
 

내가 이 노래 배울 때는, 우리 부모님들이 참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힘드신 줄은 알았지만 얼마나 힘드신 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은 앞으로 잘 될거야 늘 말씀하셨고 우리는 꿈과 희망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빈집 대문 앞에서 이 아름다운 노래 부르며 엄마를 오래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 노래 배울 때는,
이 노래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내 가슴에 내내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노래를 내 아이에게 불러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더더욱 이 작은 노래를 빼앗기리라곤 꿈에서 조차 생각 못했습니다. 

바닷가를 빼앗긴다 생각하니 이 아름다운 노래 조차 빼앗기겠습니다.
내 오랜 빛바랜 추억도, 내 아이가 앞으로 그려 볼 꿈도 빼앗기겠습니다.
그러면 또 엄마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귀퉁이 한 자락의 바닷가조차도 국가가 필요하다면 백성은 말없이 내줘야하나요?
이 땅에 살기 위한 조건인가요?
힘없는 백성은 빛바랜 추억 조차, 여린 색의 꿈 조차 가질 수 없나요?
이 땅에서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답니까?  

이 땅에서 사는 백성들은 
"국민 여러분 그 동안 참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부터는 국민 여러분 마음 껏 노래하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선한 지도자를 언제 즈음 만날 수 있을까요?

4대강 사업으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도 
부지부식간에 빼앗겼는데
오늘,
지금,
이 가여운 백성들은
<섬집아기> 조차
눈뜬 채로 
국가의 이름으로 빼앗깁니다. 

갑자기 멍해집니다.

死대강변 사라져 버린 금빛모래를 생각하며
제주 강정을 생각하며. . . . . . . . .
주님께 감히 묻습니다.

쿼바디스 도미네? 
. . .

2011.09. .. 소네손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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