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옮김) 제주교도소에서 이영찬 소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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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 [lalee] 쪽지 캡슐

2012-11-22 ㅣ No.1691

함께 걷는 평화의 길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영찬 신부님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오히려 지금 강정의 지킴이들을 걱정 해주시는 신부님에게서 많은 위안을 얻고 왔습니다. 날씨가 추운데 지금 해군기지 사업단과 공사장 정문을 지키는 지킴이들의 건강을 먼저 걱정하면서 아프지 말고 상처받지 말라고 전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꼭 전해 달라고 하면서……. 가족이 아니어도 가족과 비슷한 공동체의 유대감이 우리를 가족만큼이나 끈끈함과 애잔함으로 서로를 묶어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영찬 신부님의 옥중서신 2번째입니다.

찬미예수

저를 기억하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기원합니다.
감옥에 들어와서 제가 약하고 믿음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저의 일생에 가장 열심한 피정이 되고 있습니다. 시련을 통해 믿음이 강화되며 인내력이 생기며 온전하게 된다는 야고보서 12절의 말씀이 마음깊이 공감됩니다. 그래서 야고보서는 시련을 당할 때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감옥에 들어오니 감옥과 관련되는 성경을 더욱 관심있게 보게 됩니다. 특히 감옥에서쓴 바오로 사도의 서한이 그러합니다. 필리비서, 필레몬서, 코로사이서, 에페소서, 옥중서한들 중에 필리비서 1장이 큰 위로가 됩니다. 또한 성찰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지금가지 살든지 죽든지 오직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 살았는지? 성찰하게 됩니다. 나는 나 자신을 진심으로 진리를 위해 몸 바쳐 행동 했는지나는 참으로 아버지께 몸을 바치기로 결심했나? 필리비서 1장에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투옥으로 복음이 더욱 전파되었음을 말하며 자신의 투옥을 통해 교우들이 주님을 더욱 믿게 되고 하느님 말씀을 더욱 전하게 되었음을 기쁘게 말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신의 투옥을 통하여 더 큰 구원이 오게 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1:19)

저의 투옥을 어찌 감히 바오로 사도의 투옥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그 당시 감옥소 상황과 제가 갇혀있는 제주교도소가 비교가 되겠습니까? 더구나 바오로 사도는 나와는 달리 여러 곳에서 여러 번 투옥 되셨습니다. 비록 비교는 안 되겠지만 작은 닮은 꼴임을 약하게나마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의 투옥으로서 교우들의 믿음이 더 해지고 복음 전파에 일조하고 저 자신의 구원에도 도움이 됨을 느끼며 믿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세상 정치가들이 죄악이 드러나고 정의가 이루어지며 제주 강정에 전쟁기지가 없어지고 제주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도합니다.

저의 투옥으로 정권자들이 전쟁논리, 힘의논리총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그들의 위선이 더욱 드러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제주 강정해군기지의 비 민주성, 비 도덕성, 전쟁주의등이 더욱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한마디로 나의 투옥을 통해 하느님께 영광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1:20)

예수회 동지들께 그리고 예수의 제자로서 사는 성직자, 수도자들과  평화를 간구하는 교우님들, 제주강정의 주민과 활동가들 모두에게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권능으로부터 오는 온갖 힘을 받아 강하여져서 모든 일을 견딜 수 있도록(1:11)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넘쳐흐르는 영광이 아버지께서 성령으로 저의 힘을 돋구어 주시어 내적인간으로 굳세어 지도록(에페3:16)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투옥생활이라는 시련을 통해 저의 마음이 정화되어 믿음이 더욱 온전해 지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아직도 하느님의 위로 예수님의 평화가 굳건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걱정하지 않고 어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사람으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하느님의 평화가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저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 주시리라고(4:6~7)믿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이미 죽었다고(3:3) 확신하면 강해짐을 느낍니다. 제가 농담 반으로 말하는 배 째라 영성입니다만 정말 죽음 정도의 진정성을 터득하기도 쉽지 않은 듯합니다. 저 자신부터 그러합니다. 우리의 참 생명은 그리스도 안에 있기 때문에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나타나실 때에 영광 속에 나타나게 됨(3:4)을 믿습니다. 자신의 세속생명을 버리는 이는 참 생명을 얻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러할 때 자신을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가득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20121110일 제주교도소에서 이영찬 소인 드림.

/제게 소식을 주시는 어느 분의 e-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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