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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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os dias, Mis amigo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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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신부 [lyh1211] 쪽지 캡슐

2001-03-28 ㅣ No.3157

멕시코 한인 천주교회 의료봉사활동 뒷이야기

                                                              김진숙(예비자)

 

간밤에 빗방울이 내리더니만 싱그럽고 상쾌한 아침이다.

 

한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려 고약스런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 하치장을 돌아서 어느 한적한 시골 도시로 들어섰다.  그곳은 Valle de Chalco(바예 데 찰꼬)였다.  도시라고 하지만 도로 가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즐비하고, 땟물로 뒤범벅된 아이들을 차장 밖으로 보며 어느 이름 모를 성당 앞에 멈췄다.

 

원주민들이 신기한 동물을 보는 냥 모두가 힐긋힐긋 쳐다보며 어색하게 우리의 주위를 맴돈다.

 

쑥국새 머리에

너덜너덜한 신발을 신고

칠보바지도 아니고 반바지도 아닌 바지를 걸쳐 입은 아이들.

 

온통 얼굴을 콧물인지 눈물인지로 도배를 한 아이들.

 

중학생 또래의 애 엄마는 아이를 들쳐 메고, 우는 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 송이의 꽃을 들고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꽃 사달라 애원한다.

많이도 보아온 것들이지만 새삼 "이곳에서 내가 무얼 어떻게 하여 조금이라도 이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성당의 지하실을 대충 정리하고

"하느님!  오늘도 저희에게 힘을 주시어 모두를 하느님이 하시는 일로 되게 하여 주십시오"하는 기도와 항상 뒤에서 고생하시는 김만수 다니엘 형제님의 업무분담에 따라 모두 제자리를 잡고 일이 시작되었다.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엄청난 고통을 2년 여 동안 참고 지냈다는 14세의 Gloria(글로리아)는 수술을 받고 이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으며 밭에 나가 엄마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자 엄마는 눈이 빨개진다.

 

63세의 Antonia(안토니아)할머니는 넘어져 팔이 부러졌는데도 붕대만 감고 다녀 퉁퉁 부어 올라 예쁘게 기부스를 해 주었더니 아픈 것 보다 자기의 팔이 너무 예쁘다나.....

 

50세의 Carlos(까를로스)는 허벅지의 종기를 6년 동안 두고 살았단다.  동네 병원에 찾아가 어떻게 해 달라고 하면 차일피일 미루어와 지금껏 수술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병원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밀려드는 환자를 뒤에 두고 의사 선생님은 메스를 잡는다.  밀린 환자는 언제 다 보려고 그러는지......

피고름이 터져 나오자 옆에 지켜보고 있던 김원곤(예비자) 형제님은 질 겁을 하며 달아난다.  한 됫박이나 피고름을 쏟아내고 시원했던지 진료 보조를 하는 정용원 요한 형제님과 연신 농담을 하며 좋아 어쩔 줄 몰라한다.  정용원 요한 형제님이 "당신은 병원비 2,000페소(26만원상당)는 벌었다" 하니 "이젠 아프지 않으니 열심히 일해서 갚겠다" 하며 왕방울 만한 눈에 눈물이 글썽이었다.  "하느님께 갚으면 된다"는 말에 선생님이 힐끗 정용원 요한 형제님을 쳐다보며 웃으신다.

 

잠깐 쉬는 시간에 밖에 나와 길가에서 몇 가지의 물건을 파는 좌판, 상인들이 있어 이것저것 구경을 하는데 웬 할아버지 상인이 뭐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어라 한다, 기껏 과자 봉지 몇 개를 놓고 팔면서....

의아해 싫다고 했더니 "조금 전 나에게 약을 줘서 고마워서 보답을 하고 싶다" 고 해 "아! 그래요?  몰라보았어요.  그러나 괜찮아요."  했더니 손에 껌 두 개를 쥐어주면서 꼭 주고 싶다며 병원비가 만만치 않아 약 구경도 힘들다고 연신 고마워한다.

 

나와 함께 처방전에 의해 조제 일을 하던 임현수 마르셀리노 형제님도 종일 서서하는 일인데도 말 한마디 짜증내지 않고 원주민과 농담을 하며 우리네를 좀더 가까이 인식시키고자 열심이시다.

 

400여명의 부식(쌀, 콩, 옥수수, 식용유 등)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빈민 자들에게 비지땀을 흘려가며 나누어주시는 선은영(예비자), 이정자(수산나),유정현(효주 아네스) 자매님들, 언젠가의 봉사활동에 필요할 것 같아 배워서 이제 해 본다며 가위를 들고 냄새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깍아주는 김미숙(글라라)자매님,

 

행여 새벽을 놓칠까봐 서너 차례 잠을 깨어가며 정성스레 김밥을 준비해 주신 이정자 수산나 자매님, 처음부터 끝까지 허드레 일을 도맡아 해 주는 듬직한 젊은 김원곤 (예비자), 조대연 아르만도, 이두현(예비자), 김천수 요셉 형제님, 팔방미인 사목회 총무 문재휴 야고보 형제님, 우리와 같이 봉사 활동에 참여 해 주신 김순칠(예비자) 한의사님, 그리고 신부님을 비롯 많은 원주민 자원봉사 여러분들, 모두들 정말 고생 많이 하였던 날이었다.

 

이날 200여명의 환자와 150여명이 이발을 했다.

모두를 베푼 만큼 마음의 풍요함도 함께 하셨으리라.....

우리의 봉사 활동을 격려 차 오신 소녀의 집 말지나 원장 수녀님이 "일정을 마치면 마리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소녀의 집을 꼭 방문 해 달라" 하여 20여분을 달려 한국의 설악산 콘도 같이 웅장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곳으로 갔다.  "어떻게 저럴 수가!....."하며 남편이 깜짝 놀란다.  아마 빈민촌에만 다녀 상상치 못한 것 같다.  원장 수녀님의 안내로 삼천 명의 학생들에게 "사랑해"  노래를 들으며 환영을 받았다.  

남편은 수녀님이 이런 시설과 맑고 밝게 키운 삼천 명의 아이들을 보고 놀랬단다.  사실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남편은 "어이!  미안하지만 이번 약 들어올 때 구충제를 많이 가져 와야겠어!  시골 아이들도 그렇고 수녀원 아이들도 구충이 많은 것 같아, 그리고 약이 좀 넉넉하면 가난한 환자 며칠 분씩 더 주면 좋겠는데..."

"우와!  삼천 명분 구충제!  집 팔아야겠네......"

 

우리 모두는 다음달은 어느 곳의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도 오늘보다 더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함께 하실 분들 : 한빛은행 454-027730-02-001 멕시코 한인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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