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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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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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9-06 ㅣ No.4529

 

                   남편의 선택

 

건설회사 업무부장인 남편이 기술부장의 직급으로 느닷없이 현장 발령을 받았을 때 난 무척 당황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남편은 더욱 놀란 것 같아 아무 말도 못한 채,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몇 주를 불안하게 보냈다.

결국 그 일을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한 남편은 현장 가까운 곳에 여인숙을 잡았다.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허전하고 불안함에 가슴 졸이던 어느 추운 겨울밤, 늦은 시간에 예고도 없이 그가 불쑥 집으로 들어섰다. “장비기사가 청주에 볼일이 있어 나간다기에 당신이랑 아이들이 보고 싶어 무작정 타고 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눈이 젖어 있었다. 얼마 뒤 그가 집 가까운 현장으로 다시 발령을 받아 집에서 다니게 되었다. 새벽 일찍 출근해 밤늦게야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지친 모습으로 들어왔지만 그는 불평 한마디 없었다. 그의 팔은 언제 긁혔는지도 모를 상처 투성이였고, 주머니 속엔 늘 파스가 들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그가 불쑥 맥주나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늘 식사 후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던 그가 모처럼 보이는 여유였다.

 

술을 한 모금 들이킨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보, 처음 현장으로 발령 받았을 땐 사실 직장을 그만둘까 생각했어. 하지만 회사에서 나를 굳이 떠나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무슨 일이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는 거였어.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적어도 하루에 세 가지 이상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

 

가슴속 이야기를 풀어 내는 남편의 모습이 더없이 믿음직스러웠다.

 

                          충북 청주시 봉명2동 /김명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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