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최신형 함정 총출동 림팩훈련 ‘국력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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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10-29 ㅣ No.1627

한국 해군 잠수함으로는 세 번째로 림팩훈련에 참가한 나대용함의 하와이 입항 모습.
 
 

▶잠수함을 이해하려면 간접적으로라도 타 봐야! 잠수함 훈련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은 우리 잠수함과 원하는 수준의 훈련을 할 수 있지만, 20여 년 전 한국 해군에 잠수함이 없던 시절 미국 잠수함과 대잠훈련(대잠함과 대잠항공기 등이 참여하는 잠수함 잡는 훈련)을 하려면 통사정해야 했다.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훈련이 서브 팸(Sub-Fam : Submarine -Familization)이라는 훈련이다.

 한국말로는 잠수함 친숙 훈련이다.

 미국 잠수함은 일정 침로로 수상항해, 잠망경 및 스노클항해 그리고 수중항해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잠망경·통신·스노클·레이더 마스트 등을 올렸다 내렸다 하기도 하고 수중으로 완전히 들어가 기동하면서 “내가 바다에 나오면 이런 모습이니 나를 잡으려면 잘 보고 눈과 탐지장비를 숙달시키시오!”하는 서비스 훈련이자 기초 중에 기초훈련이다. 우리 대잠함과 대잠항공기는 잠수함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멀어지면서 눈으로 숙달하고 레이더·음파탐지기로 잠수함을 탐지하는 요령을 숙달하게 된다.

 이런 훈련을 익힌 뒤 잠수함을 물속에 들어가게 하고 자유공방전을 벌여도 음파탐지기로 잠수함을 잡을 확률은 20∼30%에 불과하다.

 양측이 알고 지정된 구역에서 이 같은 훈련을 벌여도 잡을 확률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니 망망대해에서 잠수함을 탐지하기란 정말 어렵고도 힘든 작전이 아닐 수 없다.

 독자들도 잠수함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전문적인 이야기’만을 늘어놓기보다는 중간 중간에 부담 없는 읽을거리를 펼쳐볼 생각이다.

 다행히 필자가 2002년 나대용함을 몰고 126일간 하와이 림팩훈련을 다녀오면서 기록한 것들을 설명한다면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잠수함 생활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지금부터 약 4회에 걸쳐 독자들을 태평양을 가로질러 하와이로 모시고 가면서 잠수함 생활에 대한 친숙 훈련을 하고자 한다.


▶한국 잠수함 림팩훈련 도전과 성공

 림팩(RIMPAC : 환태평양)훈련은 미국이 주도해 하와이제도와 인근의 해상에서 실시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지는 해상기동훈련이다. 훈련의 내용은 가상의 2개 국가 간에 영유권 분쟁이 무력충돌을 수반한 정치적 갈등으로 번져 전쟁이 발발하면, 참가국 해군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하와이제도 일원의 태평양에서 가상으로 전쟁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해상훈련은 20여 일간 실전과 다름없이 진행된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원자력 잠수함, 이지스급 군함과 구축함 외에도 해병대·해양경비대까지 참가하며, 각 나라도 자국이 갖고 있는 최신형 전투함을 참가시킨다. 덕분에 2년마다 하와이 진주만의 미 해군기지는 림팩훈련 참가국들의 국력과 해군력을 보여주는 전시장으로 변한다. 각 나라들이 이끌고 온 군함은 곧 그 나라의 국력을 대변하고 훈련의 성과로 각 국가 해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최신 해군 무기의 성능과 우리의 성능을 비교해 볼 수도 있고, 해상훈련 과정에서 선진국의 새로운 전술을 접할 수 있으니 림팩훈련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첨단 해군력을 둘러보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훈련 일정에는 각국이 보유한 첨단무기의 실제 사격(live fire)도 포함된다. 폐기 처분해야 할 군함 표적을 물 위에 띄어 놓고 잠수함을 포함한 각 나라 군함들이 유도탄과 함포를 쏴 표적을 침몰시키는 과정도 들어 있다.


▶한국 해군의 림팩훈련 참가 역사

 림팩훈련은 1971년에 최초로 실시됐으며, 필자가 참가한 림팩 2002 훈련은 18번째 훈련이었다. 한국 해군은 1990년에 최초로 참가한 이래 2012년까지 12번 참가했으며 한국형 구축함(DDH) 2척,잠수함(209급) 및 P-3C 등 수중·수상·항공의 입체전력으로 구성됐다.

 한국 해군 잠수함은 1998년 이종무함이 최초로 참가한 이래 2년마다 참가하고 있으며, 나대용함은 3번째로 훈련에 참가했다. 특히, 2002년에는 나대용함이 한국 잠수함으로는 최초로 잠대함 유도탄(SUB-HARPOON)을 발사하는 훈련이 포함돼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훈련이었다.

 아울러 실전과 다름없는 해상훈련과 무장 실제사격을 마치고 입항하면 곧바로 강평회를 연다. 이때 피치 못할 각 나라의 능력이 적나라하게 평가되는 고통스러운 자리가 이어진다.

 약 20일간 해상훈련 도중 장비 고장으로 훈련을 중단하고 들어온 군함, 작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행동을 한 군함,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격침 판정을 받은 군함, 무장실사를 제대로 못한 군함, 이런저런 사유로 훈련 동안 지휘부를 긴장시킨 군함 등의 갖가지 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 훈련 중 의사소통과 전문처리 등이 영어로 이뤄지고,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환경에서 훈련이 진행되므로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원양훈련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

 림팩훈련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통상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이 기간에는 승조원들이 평소보다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림팩훈련 준비를 위한 종합계획(Master Plan)과 월간·주간 단위의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해 준비 상태를 면밀하게 살핌으로써 모든 사항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

 나대용함은 3개월간의 사전 수리 기간 중 열대 해역에서 고장이 발생될 수 있는 장비를 집중해서 정비했고, 예기치 못한 장비 고장에 대비해 충분한 수리부속을 확보하는 한편, 승조원들의 자체 수리 능력 배양에 집중했다. 또 훈련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일 1시간씩 영어학습을 했으며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다. 임전(臨戰)해서는 필승을 해야 하는 군인으로서 장교뿐만 아니라 부사관을 포함한 모두가 혼연일체로 해전에서 승리를 위해 전술을 연구하는 등 제반 분야에 대해 빈틈없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다.

 한반도 근해의 잠수함 작전 환경과 하와이제도 근해의 훈련 환경은 사뭇 달라 전 승조원이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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