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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OK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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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2-22 ㅣ No.4361

12월 22일 대림 제4주일-루가 1장 46-56절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렙니다. 주님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당신만 OK한다면>

 

예수님 시대 당시 유다 사회는 신분에 따른 삶의 차이가 확연했던 사회였습니다. 여러 계층의 신분 가운데서도 가장 최하층에 위치해있던 신분의 바로 "종"이었습니다. 오늘 날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일이겠지만 당시 종들은 공공연하게 매매가 되는 등 마치 가축처럼 취급되었습니다. 더 이상 내려 갈래야 내려갈 수 없는 가장 밑바닥 인생을 당시의 종들은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갔던 것입니다.

 

더욱 비참한 것은 당시 종들의 법적인 권리행사는 전적으로 주인에게 위임되어 있었습니다. 종들의 인생 전체는 물론 일상의 매 순간 활동범위조차 주인의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종이 할 일은 오로지 주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을 위해서 주인의 뜻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종들은 주인 앞에서 언제나 부동자세로 분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주인이 밖에서 돌아오면 자동으로 일어나서 손씻을 물을 대령해야 했고 발을 씻겨야 했습니다. 이렇듯 종의 삶은 철저하게도 주인에게 종속된 삶, 주인에게 묶여있는 부자연스런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이렇게 외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한평생 주님의 종이 되겠다는 주님과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 나갑니다. 주님의 뜻에 한치의 오차도 없는 삶, 주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십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으로부터 높이 들어올림을 받으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겸손함 때문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마리아처럼 겸손하셨던 분은 다시 또 없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비워낸 삶, 오로지 예수님만을 향해서 방향 지워졌던 삶, 철저하게도 예수님 중심적인 삶이 바로 마리아의 삶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 앞에 늘 대기하고 있던 착한 여종으로서의 삶이 바로 마리아의 삶이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모두 이런 노력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의 주님은 결국 인간들 사이에, 인간들 안에 존재하시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서 우리의 부모님들, 형제들, 배우자, 직장동료들 사이에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주님의 모상을 하고 있고, 그들 각자 안에는 주님의 손길이 닿아있으니 결국 그들이 주님이십니다.

 

바로 그 주님들을 향해 무척 어색하겠지만 한번 미친 척 하고 이렇게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머지 않아 새 삶이 열릴 것입니다.

 

"여보, 돌아보니 그 동안 제가 당신을 참으로 많이 힘들게 했네요. 오늘부터 저는 당신의 종이에요. 무조건 순명할께요."

 

이런 말을 들은 상대방은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하겠지요. "니 갑자기 와 이라노?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더니 이기 미친나?" 아니면 "뭐시여? 내 종이 된다구라? 워매, 야가 워쩌다 요로코롬 되어뿌렀는가?"

 

평소에 잘 안 하던 말, 전에 없던 행동에 어색하기도 하겠지만 속는 셈치고 한번 시도해 보십시오. 의외의 결과에 깜짝 놀랄 것입니다.

 

마리아와 같은 철저한 겸손, 철저한 자기 낮춤, 철저한 항복이 결국 하느님의 개입을 불러오고 거기서부터 새 삶이 시작됩니다. 새 희망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가 서로 서로에게 파격적인 고백을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무조건 당신 뜻에 따르겠습니다. 저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존재입니다. 당신만을 위해 살겠습니다. 당신만 좋다면, 당신만 OK한다면 저 역시 OK입니다"는 고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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