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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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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06 ㅣ No.4716

4월 7일 사순 제5주간 월요일-요한 8장 1-11절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조폭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들>

 

저는 보통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입니다. 축구 A매치, 그리고 최근 끝난 "올인"같은 프로그램만 빼고.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가능하면 빼먹지 않고 보는 TV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 8시부터 KBS에서 방영하는 "일요 스페셜"입니다.

 

오늘은 "최초공개, 서울지검 강력부"란 제목으로 강력부 검사들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는 조폭들과 전쟁을 치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를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강력부는 정치권의 비호 아래 각종 이권에 개입하던 조폭들, 강자들의 등에 붙어 약자들을 괴롭히며 "놀고 먹던" 하이에나 같은 깍두기들에 대한 소탕을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입니다.

 

때로 과잉수사로 인해 피해자들도 있었지만 강력부 검사들은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 참으로 큰 일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강력부에서 잡아들인 조폭들은 모두 7,000여명이나 되었습니다. 폭력조직의 거물들이 모두 구속됐고, 전국적인 폭력조직은 와해됐습니다.

 

검사들 사이에서 강력부는 지원하기를 회피하는 3D 부서라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나름대로의 사명감을 가지고 유독 조폭 수사만을 고집하는 검사들이 있었고, "일요 스페셜"에서는 그분들의 고단하고 고독한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었습니다.

 

강력부 창설멤버인 조승식 검사는 지난 90년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을 비롯해서 영화 "친구"에 등장하는 부산 칠성파 두목 이강환, 이육래 등 폭력조직 보스들을 줄줄이 검거했습니다. 조폭들은 그를 "건국 이후 최고의 악질 검사"라고 부른답니다.

 

조승식 검사가 그토록 소신있고 자신감 넘치게 조폭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배경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원칙주의라고 합니다. 완벽하게 투명한 사생활,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생활만이 조폭들의 음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폭 마누라", "친구", "야인시대" 등과 같은 영화나 시리즈물이 연거푸 대박을 터트리고 조직폭력배들의 두목이 마치 "난세의 영웅"처럼 여겨지는 것을 보고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마음이 아픈 요즘이었습니다.

 

다행히 사회악의 근본인 조폭들과 의연히 맞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고 밤잠도 제대로 못 이루면서까지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조폭들로부터 갖은 협박까지 받아가면서 과감하고도 당당하게 조폭들과 맞서고 있는 검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조폭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조폭 관련 영화나 시리즈를 저 역시 아무런 생각 없이 희희낙낙하며 봤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조폭과도 같은 존재였던 사람들과 정면으로 대치하십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갖은 음모와 사악과 거짓으로 가득했던 교활한 조폭과도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강자의 권력이 빌붙어서 약자의 등을 쳐먹던 파렴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당시 유다 사회의 악과 부패와 죄의 근원이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과 맞선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결국 유다 정치 권력의 핵심부와도 선이 닿아있던 사람들로서 그 사람들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것은 정권의 핵심과 대결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치 소신 있는 강력부 검사처럼 의연하게 악과 맞서 싸우십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치명타를 먹이고 그들을 부끄럽게 하십니다. 그리고 당시 사회 안에서 약자의 대명사인 "한 여인"을 감싸주시고 죽음에서 살리십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당시 유다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부정부패와 불의에 당당히 맞서던 의인이였습니다. 언제나 약자와 가난한 사람들 편에서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목숨조차 두려워하지 않으셨던 정의의 사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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