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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마리아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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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 [shwang] 쪽지 캡슐

2003-10-21 ㅣ No.5758

                         

           

        †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어제 월요일 복음에 관한 내용인데 어젯 밤에 미처 올리지 못해

          오늘 아침에 올립니다. 양해 구합니다.^^)

       

       

      몇 년전 제가 다녔던 성서반엔 일명 "박사 할머니"라고 불리우신 여든이 넘으신 고령의 수강자-마리아 할머니라는 분이 계셨답니다. 약간 구부정하신 허리에 백발의 하얀 머리이셨지만 아직 기력이 좋으셨고 총기 또한 또렷하셔서 한 번도 성서 공부에 결석 한번 한 적이 없으신, 정말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성서 공부를 하셨던 분이셨답니다.

       

      할머니 세대엔 문맹인들도 많으셨겠지만 할머닌 한글을 다 깨우치셨는지 돋보기 안경을 쓰시고 글씨체가 가장 큰 닳고 닳아진 당신의 성서를 펴시고 열심히 열심히 강의를 듣곤 하셨답니다. 가끔 뜬금없이 강의 도중 선생님 말씀에 뒤이어 "멋진 주석"을 다셔서 저희들의 시선과 웃음을 자아내게 하시는 유머 감각 또한 풍부하신 할머니셨죠.

       

      고령의 수강자 마리아 할머니는 보통 우리들이 성당이나 거리에서 흔히 뵐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의 할머니셨답니다. 당신의 곤고했던 지난 날의 모습이 언뜻 언뜻 서려있는 듯 약간 굴곡이 심한 얼굴의 주름살이나 흔히 우리들이 들을 수 있는 할머니들 특유의 말솜씨나 지극히 평범한 옷차림등...어느 것하나 우리들이 "박사 할머니"라는 칭호를 드릴 만큼 특별한 구석은 없어 보이시지만 할머니 주변에 잠시 머물러 본 사람들은 한번씩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케하는 참 기가 막힌 할머니셨답니다. 먼저, 젊은 우리들을 하염없이~부끄럽게(?) 만드는 것 하나...

       

      여든이 넘으셔서 허리까지 약간 구부정하신 할머니께서 글쎄, 그 연세에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 모든 장과 절을 거의 다 외우고 계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외우신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짜 거의 예술적으로 성서 한 귀절씩을 가지고 복음 강론을 우리들에게 하신다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강론 장소(?)는 주로 성서 공부 시작 약 30분 전 성당 로비에서 커피를 함께 마시며(센스있게?) 오손 도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아주 자연스럽게 즉석 강론을 하신다는 것이다. 어느 날엔가 그 날의 독서 눈물의 예언자 예레미야가 예언자로서의 삶이 너무 고달프고 힘들어 자신이 태어난 날을 저주하는 성서 귀절에 대한 즉석 강론을 듣고 저는 크게 감동을 한 적이 있었답니다.^^

       

      할머니는 겨우 한글을 깨우치셨고 할머니의 살아온 날들 역시(할머니 이야기에 의하시면) 할머니 시대의 다른 여인들처럼 결코 평탄치 않은 인생이셨고 지금 역시 그다지 풍족치 않으신 분이시지만 15-16살 때부터 신앙을 가지신 이래 오직 "믿음" 하나로 다부지게 팔십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셨답니다. 흔히 오랜 세월 신앙 생활을 해 오신 분들에겐 특유의 영성적인 분위기와 온유함이 있는데 마리아 할머니 역시 많이 연로하신 할머니중의 할머니이셨지만 그 주름살 가득한 얼굴엔 늘 평온함과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답니다.

       

      "내가 내년에도 성서 공부하러 나올 수 있을까?... 아마 내년엔 천국에서 주님과 함께 데이트 하고 있을거야...내가 몇 주 씩 성서 공부 안나오면 나, 예수님 만나러 간줄로 알아라...그리 알고 이 마리아 할머니 위해 화살 기도 한번씩 쏘아다오.."

       

      그리 말씀하시고도 일 주일에 한 번씩 철야 성령 기도회에서 날밤을 꼬박 새우시고 날마다 매일 미사 참례 하시고 성당 여기 저기 행사와 신자들 만나시느라 젊은 사람들 보다 더 바쁘고 팽팽한 주님 스케줄(?)로 남은 여생을 진짜 멋지게 사시는 할머니이셨답니다. 고령의 연세에도 마리아 할머니께서 치매 증세가 없으시고 총기가 좋으셨던 건 늘 성당에 나가시고 또 성서 공부도 다니시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시고 대화를 하셨기 때문이 아니신가 한답니다.

       

      또, 한 가지 저희들을 하염없이 감탄케 하신 것은 이야기 도중 자연스레 조용하고도 나직히 성가를 곧장 부르시곤 하는데 그 음성은 도저히 팔십 고령의 할머니 목소리라곤 상상할 수 없는 환상적인 보이 소프라노 음성으로 꼭 영가를 부르시는 것처럼 들린답니다,

       

      마리아 할머니는 많이 배우시지도 않으셨고 또 부자 할머니도 아니시지만 주님을 사랑하시는 그 열망과 사랑이 그토록 성경을 열심히 읽게 하셨고 고령의 노구에도 나이를 초월한 아름다운 음성으로 흥얼 흥얼 성가를 부르시게 하셨나 봅니다.

       

      당신 시대의 동여인들처럼 중매로 영감님을 만나 자식 낳고 살으시다 먼저 영감님을 떠나 보내시고 어린 자식들과 함께 삶의 가장 자리 한 부분에서 무척 곤고하게 살아오셨지만 그리고 지금도 그리 넉넉친 않으시지만 당신 말씀대로 이 세상에 태어나 난 그리 호위호식하며 살아 온적 없지만 다른 어떤 팔자 좋은 사람들보다 당신은 정말 복(福)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답니다. 왜일까요? 송이꿀보다 더 달고 좋은 영원한 내 님...험난했던 당신 삶에서 주님을 만나셨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밤 내 영혼이 떠나가도 당신의 삶에 후회나 아쉬움 한 점 없으시다고 늘 말씀하셨답니다. 정말 후회나 아쉬움이 없으시답니다. 자식들에게 줄 재산이나 당신의 이름 석 자 명예롭게 남겨 둘 지위도 없고 그저 평범하게 기억되다 어느 날 잊혀져 가는 마리아 할머니이시지만 얼마나 복(福)받은 분이신지요? 마리아 할머니야 말로 저 용감한 믿음의 여인 사라의 딸이 아니실련지요.

       

      저는 가끔씩 제 인생사 괴로워질 때면(^^) 믿음의 여인 마리아 할머니를 떠 올려 보곤 한답니다. 주님께서 너는 세상의 빛이다, 네 안에 있는 빛으로 세상을 비추라고 하신 말씀처럼 저는 이 작고 연로하신 마리아 할머니의 마음안에 있는 주님의 빛으로 다시금 제가 밝아지는 느낌을 받는답니다. 바위 틈 어느 한 곳에 수줍게 피어있는 숨은 꽃같은 마리아 할머니! 저는 마리아 할머니처럼 당신 삶을 어느 정도 초월하시고 관조하실 수 있는 나이만큼 살진 않았지만 저 "용감한 믿음의 여인-사라의 딸 마리아 할머니"처럼 저 역시 오늘 밤 갑자기 제 영혼이 떠나가도 마리아 할머니처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많고 많은 신(神)들 중에서 내 주 그리스도 주님을 만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진짜 가슴 벅찬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홀홀히 이 세상을 떠나갈 수 있을까? 오늘 복음을 읽으며 조용히 생각해 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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