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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고 피해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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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4-02 ㅣ No.6784

4월 3일 사순 제5주간 토요일-요한 11장 45-56절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모릅니까?"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고 피해갈 만큼>

 

언젠가 한 산골 농장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농장 주인은 여러 종류의 가축들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젖소, 돼지, 닭, 꿩, 염소, 양, 오리, 토끼 등등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량으로 사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놈 몇 마리 저놈 몇 마리, 키우면서 가축들의 생태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축을 키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는가를 연구하는 중인 듯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짐승을 잡을 때의 반응들이 각각 다르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가장 특별한 녀석들은 아무래도 양이라고 했습니다. 양과 비슷한 염소의 경우 목에 칼을 들이대면 소리소리 지르고 길길이 날뛰는데 반해 양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저 조용히 서서 크고 맑은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고 있으니, 잡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이 너무나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발버둥도 치고 난리를 부려야 짐승을 잡는 사람도 뭔가 기분이 나는데, 양만큼은 영 아니라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대사제 가야파가 전혀 생각 없이 엉겁결에 튀어나온 말처럼 예수님은 우리를 대신해서 제물로 바쳐진 속죄양이 되셨습니다. 유다인 전체를 대신한 속죄양, 인류 전체를 대신한 속죄 제물, 오늘 우리들의 죄악을 대신한 대속물이 되신 것입니다.

 

"한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은 편이 더 낫다는 것을 모릅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해서 돌아가심은 온전한 스스로의 선택이었습니다. 골고타 언덕에 도달하기 전까지 죽음을 피할 무수히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금만 마음 바꿔먹었다면 얼마든지 편안할 수 있었던 인생, 사람들로부터 추앙받고 인정받으면서 행복할 수 있었던 인생이 예수님의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수시로 다가오는 그런 안락함에로의 유혹, 포기에로의 유혹, 숨어버리고 싶은 유혹을 의연히 이겨내셨습니다.

 

때가 오면 유다 민족들과 조상들의 그 숱한 죄와 악행을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쓰고 쓸쓸히 홀로 골고타 산을 올라가야만 하는 자신의 사명을 한번도 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사야서 말씀처럼 악행을 저지른 것은 우리지만 오늘도 그분께서는 우리의 모든 악행을 대신해서 죽음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그토록 늠름했던 풍채도 멋진 모습도 더 이상 그에게는 없었습니다.

눈길을 끌만한 볼품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고 피해갈 만큼 멸시만 당하였으므로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습니다.

그런데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주었고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 주었습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 주었습니다.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 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야훼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습니다.

그는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입 한번 열지 않았습니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깎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이사야 53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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