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성가게시판

미사참례하고 부부싸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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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복 [micsil] 쪽지 캡슐

2005-05-17 ㅣ No.6244

 

낮 근무 때문에 주일 저녁미사(청년미사)에 참례하였다.

그 전에도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교중미사에 참례하지 못하고 몇 번 청년미사에 참례한 적이 있었지만 번번이 미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야훼이레[수원교구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가톨릭 노래책]’에 실려있는 입당성가, 자비송, 대영광송, 거룩하시다 등을 부르는 동안 입도 한번 벙긋하질 못했다.

그나마 내가 성가를 함께 노래해 본 것은 두 번째 봉헌성가(가톨릭성가)와 두 번째 성체성가(가톨릭성가) 그리고 마침성가(가톨릭성가)뿐이었다.


더욱이 성찬의 전례때 노래하던 ‘주의기도’는 주의기도 뿐만아니라 서양유행가 ‘Eres tu'의 운률에 억지로 영광송까지 끼워 맞춰 노래하고 있었다. 미사통상문이 바뀌면서 주의기도가 바뀌었단 말인가? 서양유행가 ‘Eres tu'는 성가의 범주 속에 포함되는가? 미사를 집전하시는 신부님도 분명히 전례예식서에도 없는 '주의기도 + 영광송'을 함께 노래하고 있었다. 미사시간 동안 마음이 편편치 못하였다.


함께 미사참례했던 아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당신과 미사참례하면 분심이 든다”느니, “성가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청년미사 노래를 함께 하지 않고 교만하게 입도 벙긋하지도 않는다”면서 “뭘 잘난 게 있어서 노래를 하지 않느냐”며 나를 몰아세웠다.


참으로 억울하고 한마디로 원망스러웠다.

청년미사에는 청년만…, 어린이미사에는 어린이들만…, 학생미사에는 학생만 참례하라고 명하실 일이지 주책없이 성인들이 교중미사에는 나가질 않고 엉뚱한 미사에 나가 푸념이나 하게 만드시나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주일 교중미사에 참석하질 못하면 미사참례대신 ‘대송’을 바쳐야 된단 말인가?


한 번은 아들과 같이 나란히 앉아 교중미사에 참례하였다. 우리 집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기간 동안 복사를 서고 주일학교를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미사에 참례한 놈이었는데 그런 아들이 가톨릭성가를 부르지 못하고 멀쩡하게 있었다. 어찌된 일인가 하여 슬며시 물어보니 아들은 가톨릭성가를 잘 모르겠다면서 짜증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우리나라 가톨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어린이, 학생, 청년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악기를 허용한다한들 그들도 곧 성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성인이 되서도 지금처럼 세상 속의 선율에 맞추어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들기며 유행가 선율과 소위 생활성가라며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톨릭가요를 부르며 미사를 드릴 것인가?


‘야훼이레’ 서문에는 수원교구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곡을 모아 책을 펴낸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젊은이들과 미래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유행에 따라 바뀔때마다 ‘야훼이레’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다른 교구의 사정은 과연 어떨까?


답답한 마음에 무식한 억지소리 한마디만 하자.

유행가 ‘Eres Tu'곡을 빌려 노래하는 주의기도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막말로 요즈음 유행하는 장윤정의 ‘어머나’ 송대관의 ‘네박자’ 노래나 전례토착화를 위하여 우리 민요인 ‘한오백년’,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등 각 지역 대표 민요에 '주의 기도'를 개사하여 노래한다면 뭐라고 하실지 여쭤보고 싶은 심정이다.


교황님 장례미사·즉위미사에 수많은 나라에서 구름처럼 몰려온 신자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힘과 이로 인하여 드러난 가톨릭의 자부심은 전 세계 신자들이 한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참례한 그야말로 성음악이 살아 숨쉬는 미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로 힘들게 낭송과 선창으로 미사를 집전하시는 연로한 교황님을 뵐 때 달리 보였다. 그러나 1년에 한번 하시는 부활찬송과 미사시간이 길어진다며 창미사를 소홀히 하시는 신부님들을 볼 때마다 그 신부님들을 가르치신 신학교 교수신부님들, 오랜 기간 성음악을 전공하신 우리나라에서 몇 분 안되는 고명하신 신부님들의 직무유기일거라는 원망도 해 보았다.


가톨릭성가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거나 심지어 영화주제곡이나 개신교에서 불리는 곡들까지 거룩한 성전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불리우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 그러나 더욱 슬픈 것은 그런 엉터리같은 현실이 눈앞에서 버젓히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생각있는 사람들의 침묵과 무의식, 무관심이 더더욱 무섭다.

 

메마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귀찮고 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가톨릭성가와 성음악을 누가 지켜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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