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의 지혜

스크랩 인쇄

정종상 [ch8124] 쪽지 캡슐

2003-11-15 ㅣ No.9508

어머니의 지혜

 

경남 진주의 칠암동에 사는 정영주 씨가 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정육점에 심부름을 다녀오라고 하셨다. 세 살 때 청력에 이상이 생겨 발음이 이상했던 영주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말도 잘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니 심부름을 가고 싶어할 턱이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영주의 어깨를 붙들고는 자꾸 연습을 시켰다.

"자, 이렇게 말하는 거야. 카레 만들게 쇠고기 육 백 그램만 주세요. 말해봐, 쇠고기 육 백 그램"

 

영주는 싫다고 고개를 내저었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설득했다. 할 수 없이 영주는 정육점에 갔다. 하지만 주인 아줌마의 시선을 피해 정육점 주변을 뱅뱅 돌면서 이제 가볼까, 조금 더 연습하고 갈까 하면서 머리속으로 같은 말을 외우고 또 외웠다. 아줌마는 영주를 보고 환히 웃고 이었다. 아줌마는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영주는 그만 도망을 치고 싶었지만 용기를 내어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아줌마는 여전히 웃으시며 물었다. "뭘 줄까?" 두려움과 아줌마의 웃음이 주는 안도감이 어린 영주의 가슴에 뒤범벅이 되어 그만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영주는 천천히 얘기했다. "엄마가요… 카레… 쇠고기요… 육백 그램 사오래쩌요. 그러자 아줌마는 금세 알아듣고 고기를 내 주었다.

 

그 후 영주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별 어려움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십여 년 후 그는 알았다. 엄마는 가게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영주를 심부름 보낼 테니 잘 좀 대해달라고 부탁을 해 놓았던 것이다. 지혜로운 어머니 덕분에 지금 영주 씨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월간 "작은 이야기"중에서-

 



623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