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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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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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parksapienci] 쪽지 캡슐

2004-04-20 ㅣ No.10201

오늘

1950년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폴리의 연로한 추기경 앞에 한 젊은

 

 사제가 찾아와 사제직을 그만두게 해달라고 청을 하였습니다. 나폴리 거리에 있는

 

소매치기 소년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나폴리에는 20만명이 넘는 실직자들이 있었고, 대부분의 소년들은 거리로 나와

 

빈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실직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그들은 도둑질과 장물매매

 

, 암거래와 구걸 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무데나 누워 잠을

 

잤습니다.

 

젊은 사제 마리오 보렐리는 그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소년들에게 잠잘 곳과 먹을것을

 

마련해주며 따뜻한 인간의 정을 나누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추기경은 젊은 사제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일을 위해 꼭 사제직을 그만두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추기경에게 마리오신부가 설명을 했습니다.

 

"제가 사제로서 그 소년들에게 다가간다면 그들은 제 얼굴에 침을 뱉을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은 무서울 정도로 불신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생각에 잠긴 추기경은 열흘동안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열흘이 지난 후 추기경은 젊은

 

사제의 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마리오 신부는 낡은 모자를 뒤집어 쓰고 누더기 옷을 걸친 채

 

담배를 꼬나 물고 나폴리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는 다른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구걸을

 

하였고, 담배꽁초를 주워 피웠습니다. 그는 영락없는 부랑자중의 한명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리오는 조금씩 부랑자 소년들의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오래가지 않아 소매치기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마리오는 쓰러져가는 버려진 창고를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모여살기로 하였습니다.

마리오 신부에게는 부랑자의 마음을 끄는 특별한 힘이 있었습니다. 부랑자들은 그런 경험을

 

이제껏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리오신부에게 끌리는 자신들의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사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소년들을 사랑하기 위해 그들의 자리로 기꺼이 내려갔던 젊은 사제의

 

마음이 감동적입니다. 같은 자리에 서서 시작할 수 있었기에 모든 것을 포기한 젊은

 

마음들을 움직일 수 있었을것입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며,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형태입니다."

입장의 동일함, 즉 같은 자리에 함께 서는 것이 가장 좋은 관계의 모습이라 했던 신영복

 

 선생의 글이 생각납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곳곳의 절망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은

 

누군가 절망의 자리를 사랑으로 함께하는 길밖엔 없을지도 모릅니다. - 한희철목사(독일 프랑크푸르트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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