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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jmpeter] 쪽지 캡슐

2007-09-10 ㅣ No.3681

 
“집값 위해선 학교까지 쫓다니”…‘아파트 이기주의’ 극성
 
 
[헤럴드생생뉴스   2007-09-10 1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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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위해서 학교도 쫓아내버리다니…”

‘아파트 이기주의’가 도를 넘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멀쩡한 실업계 고교를 혐오시설로 몰아붙이고, 시끄럽다고 아이들의 등교길을 막아버리고, 시민들의 활용공간에 금속팬스를 설치하는 등 그들만의 이익을 위한 공고한 결속이 사회통합의 큰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동호공고 인근에 있는 서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초등학교 설립을 요구하면서 동호공고 부지 이전을 주장했다. 한 주민은 “실업계 고교생들이 지역 이미지에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집 주변에 외고가 있다면 훨씬 분위기가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화장장도 아니고 쓰레기장도 아닌 실업계 고교까지 아파트 주민에 의해 혐오시설로 전락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학교를 폐지하고 대신 마포구 아현동에 방송전문 고등학교를 세우기로 한 결정이다.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시교육청은 뒤늦게 최근 동호공고의 폐교를 일단 유보키로 결정했다.

‘아파트 이기주의’에 따른 횡포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서울 봉천동에 있는 한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하교길로 이용하던 단지내 길을 차단했다. 이에 어린 학생들은 15분이상의 먼 길을 돌아서 통학을 하는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하고 주변 환경을 해친다”는 것이 그 이유. 동작구 신도림동과 강남구 일원동 등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건축 면적 일부를 조경이나 공원 등으로 남겨둠으로써 주변 시민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개공지를 금속 펜스 등으로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서초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지만 입주민들이 보안문제를 이유로 차단하길 원한다”고 털어놨다.

지난 9일 납골당 설치를 반대하며 정진석 추기경의 차에 계란 등을 던진 노원구 공릉동 아파트 주민의 행동도 아파트 값 추락을 의식한 집단 이기주의라고 천주교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아파트 거주 가구수가 전체의 40%에 달하며 신도시의 경우는 80%를 상회하는 실정. 이런 상황에서 갈수록 심화되고 철옹성처럼 공고화되는 아파트 이기주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회장은 “공공의 이익도 아파트 값에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되면 주민들은 즉각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아파트 주민들의 담합과 그에 따른 이기주의가 최근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한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과)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을때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기에 용이한 주거환경이 아파트 이기주의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며 “민주 사회에서 집단 간의 이익 다툼은 당연히 존재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합리적인 해결 기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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