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가 현재 설계대로 건설되었을 경우,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인 범섬과 천연기념물 421호, 442호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10일 이와 관련된 입장을 내고 이러한 사실 확인을 주장했다.

전국대회의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도면을 받아 확인한 결과 현재 30도 항로법선에 의해서는 서귀포시도립해양공원 뿐만 아니라 범섬 인근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core zone)과 범섬문섬의 천연기념물 421호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자료에서는 범섬의 핵심지역은 범섬 우측 내륙을 기점으로 반지름 1km의 동심원으로 가장 보수적으로 책정돼 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왼쪽으로는 핵심지역 지정을 의도적으로 최소화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전국대회의는 "국방부가 제출한 이 도면에서는 항로 변침각이 30도일 경우 범섬의 핵심지역을 관통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변침각 30도의 항로 역시 저수심지역인 기차바위 근처를 통과하고 있고 서건도 앞 암초지대를 인접해 설정되어 250m 폭의 항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준설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의원들에게 참고자료로 배부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참고자료'에서도 적시돼 있다.

도의회 자료에서도, "항로법선은 30도를 넘지 않아야 하고 항로 굴곡부 중심선의 곡률반경이 대상 선박길이의 4배 이상이어야 하며, 변경된 항로법선(30도 항로법선, 사실상 군의 최초설계 항로)이 해양보호구역과 서귀포시도립해양공원을 침범하고 있어 공유수면매립 승인처분에 중대한 변경사유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초 해군은 이 지역에 밀집한 각종 보전지역을 침범하지 않는 방식으로 77도 급선회해 입출항하는 항로로 원안을 변경한 바 있다.

   
제주해군기지 77도와 30도의 항로법선 도면. <헤드라인제주>
그런데 이 경우 입출항 각도가 너무 급격해 서건도(썩은섬) 인근의 수중 암초들과 좌초할 우려 등이 제주도로부터 제기되면서, 지난 2월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항로법선을 77도에서 30도로 변경 결정했다.

그런데 77도의 경우에도 문제이지만, 변경된 30도의 경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의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국대책회의는 "결과적으로 77도 항로, 30도 항로 모두 지리적 환경적 면에서 부적합함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면서 "해군과 정부는 항만건설이 불가능한 지역에 무리하게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안대로 항로가 확정될 경우 세계적인 자연유산이 밀집된 이 항로를 통해 미국의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이지스함, 그리고 한국해군의 대형수송함(semi-항공모함)과 이지스함, 잠수함 등이 드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명백한 환경파괴 사업인 해군기지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WCC의 정신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대책회의는 "그런데도 국방부는 WCC 프레스센터에서 제주해군기지가 '친환경공법으로 건설되고 있고, 무엇보다 그린베이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임기응변과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이 입장이 무색해진 만큼,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객관적이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영향평평가와 입지타당성 조사를 전면 재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의회에서 제시된 항로법선 변경 문제 보고서.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