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언론의 주술에 중독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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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12-03-29 ㅣ No.396

          수구언론의 주술에 중독된 사람들
                      [주장] 언제까지 색깔론으로 세뇌를 감행할 것인가






‘좌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자리에서나 예사로 좌파라는 지칭을 입에 담곤 한다. 그들의 입에서는 ‘종북세력’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나온다. 그것도 일종의 ‘들은 풍월’이다. 또 들은 풍월 탓이다. 들은 풍월이기에 그처럼 쉽게 내뱉곤 하는 것이리라.

‘좌파’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라든가 진위 따위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그런 말을 함부로 쉽사리 써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숙고 같은 것도 없다. 일정한 지식과 가치판단의 눈을 가졌음을 은연중 내비치는 태도도 가끔은 엿보인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대체로 세뇌의 냄새가 난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수구 족벌언론들의 영향임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런 말을 능숙하게 입에 담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조중동 독자들이다.

그런 면에서 조중동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셈이다. 조중동 지면에 언제부턴가 ‘좌파’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용어들이 사용되더니 이제는 예삿일이 되어 버렸다. 조중동 지면에는 오늘도 그런 용어들이 넘친다. 사설이나 칼럼 따위에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일선 기자들의 취재기사들에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조중동 지면의 매우 자의적인 그런 용어들은 ‘반공’의 동의어이기도 하다. 반공을 의중에 깔고 그런 용어를 일상화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반공은 그들에게 ‘전가의 보도’이기도 하다. 그들은 일찍이 반공이라는 너울을 쓰고 그들의 본색과 죄과를 효과적으로 감출 수 있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일제 때는 황국신문이나 다름없었다.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신년호에는 1면에 천황 부처의 사진을 실으며 만수무강을 축원한 신문이었다. 또 만주의 독립군을 일러 ‘비적’이라고 부르곤 했다.

해방 후 그들은 민족반역이나 다름없었던 자신의 죄과를 감추기 위해 재빨리 반공전사로 나섰다. ‘친일파’로 통칭되는 민족반역 세력이 해방 후 재빨리 반공 카드를 쥐고 자신의 안전을 성취하면서 승승장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선일보>는 자유당 시절부터 독재 권력을 비호해 왔다. 그 관성은 1979년 ‘12ㆍ12정변’과 1980년 ‘5ㆍ17군사쿠데타’ 때 절정을 구가했다. 그리고 그 공으로 발행부수 1등 신문의 기틀을 잡아 오늘의 언론권력을 이룰 수 있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에 대해 ‘폭도’라는 야만적인 용어를 맨 처음 사용했던 <조선일보>는 자신의 죄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죄과를 효과적으로 감추거나 분식하는 수단으로 처음 한동안은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조선일보>가 양비론의 원조이고 전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양비론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어, 양비론을 공평과 균형의 실체로 오인하는 착시현상이 우리 사회에 도래했다. 많은 이들이 양비론에 세뇌되어 모든 사안에 대해 양비론적 관점을 결부시키는 습성을 가지게 됐다. ‘다 똑같은 놈들이다’라는 표현도 양비론의 소산이다.

양비론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조선일보>는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부터 또 한 가지 방어수단으로 ‘색깔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이념공세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임을 잘 아는 그들은 모든 사안에 이념을 결부시키고, 세상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고 양분하는 태도를 노골화했다. 그리하여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모든 수구 족벌언론들의 지면에는 어느새 좌파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단어들이 금과옥조처럼 자리 잡게 됐다.

수구언론들이 공격과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그런 이념적 용어들은 주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미 주술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술은 어디에나 통용된다. 국민의 이성적 비판정신을 강제하는 쪽으로도 사용되고, 건전한 시민정신을 둔화시키는 쪽으로도 작용한다.  

꽤 많은 이들이 그 주술을 사용한다. 이미 그 주술이 습성화되었음을 실감케 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너무도 쉽게 그 주술을 접하곤 한다. 수구언론의 그 주술에 중독된 이들은 모든 문제제기와 비판에 대해 그 주술로 대응한다. 4대강 파괴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도 ‘좌파적 시각’이라고 하고, ‘천안함 사고’에 대한 의문도 ‘종북세력’이라는 말로 덮으려 든다. 박정희의 가혹했던 폭압독재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오늘의 이명박에 대한 비판에도 좌파적 시각이라는 말을 결부시킨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 ‘좌파’와 ‘종북세력’ 뿐이다. 주술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실감시켜주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좌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좌와 우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일찍이 ‘새는 양 날개로 난다’는 리영희 선생의 말에 깊이 공감하고 균형과 중심과 조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아왔다. 나는 좌와 우에 대한 논법 자체를 부당하고 어리석게 생각한다.

모든 문제에 대해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하느님 신앙의 눈으로 보고자 했다. 진실과 정의, 상식과 합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내 기준임을 항시도 잊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하여 김수환 추기경의 표현처럼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오로지 그리스도파라는 그 신념과 가치철학을 올곧게 유지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나는 곧잘 수구 족벌언론이 퍼뜨린 주술과 충돌을 빚곤 한다. 물론 그 주술의 내용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국가안보가 중요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북한의 호전성과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왕조체제에 큰 연민과 슬픔을 느낀다. 북한의 엄혹한 체재 하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에 대한 연민 때문에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수구 족벌언론들이 전파한 주술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것인가를 똑똑히 인식한다. 역사의식과 시민정신으로부터 발현하는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까지 광적인 주술이 춤을 추는 현상에도 연민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여기에서도 수구 족벌언론의 해악을 절감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2.03.29 10:50 ㅣ최종 업데이트 12.03.29 10:50  지요하 (sim-o)  
수구언론, 양비론 , 색깔론, 족벌언론
출처 : 수구언론의 주술에 중독된 사람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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