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으로 파손된채 바다에 떠다니는 해군기지 공사장 구조물.

[제주도민일보 오석준 기자] 지난 27일 오후부터 제주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일대가 큰 피해를 입어 아수라장이 되면서 강정마을 앞바다가 애초부터 항만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강정마을 앞바다에 투하된 7개의 거대한 ‘케이슨’이 높은 파도에 대부분 파손되고, 개당 40t 무게의 테트라포트(TTP·일명 삼발이)도 상당수 파손·유실되는 한편 해군기지 홍보관이 파도에 휩쓸려 해녀들의 잠수장구 보관창고를 파손하는 등 해군기지 공사장 일대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방파제의 뼈대가 되는 ‘케이슨’은 개체당 무게가 8800t에 높이가 20m에 이르는 아파트 8층규모의 대형 구조물임에도 이번 태풍으로 강정 앞바다에 임시투하된 7개가 모두 훼손됐다.
 
강정마을회는 전문가 자문결과 외벽이 무너진 ‘케이슨’은 밖으로 꺼내기가 불가능해 수중폭파를 통해 조각내서 회수하는 방법밖에 없어 거대한 수중폐기물을 양산하고 수중생태계를 훼손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이에따라 1일 성명을 내고 “국가예산 수백억원을 들여 쓰레기만 만들어낸 결과를 누가 책임질것이냐”며 “해군에게 부실책임을 묻고 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정마을회는 특히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한 강정앞바다는 태풍 피해가 도내에서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사석식 경사제 방파제는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않고 케이슨 공법으로 지어도 쉽게 파손돼 항만으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을 누차 지적해왔음을 상기했다.
 
게다가 입지타당성 검토를 생략하고 사업 타당성 보완 측면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진 꿰어맞추기식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단 42일간의 현지풍속 측정 데이터로 부실하게 이뤄진 기본설계 등 총체적 문제가 빚어낸 결과로 보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도, 항구정온도도 확보하지 못한데다 구조물의 강도조차 기준미달이 판명난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 해군기지사업단은 말도 안되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건설한다면서 수만t에 달하는 거대한 수중폐기물만 양산했다”며 뻔히 실패가 예상되는 설계를 승인하고 추진한 해군과 일괄입찰 계약한 삼성과 대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예상되는 피해를 축소은폐하고 안이하게 사업의 추진만을 일삼은 정부와 제주도관련 공무원 전체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고 총체적인 부실의 책임을 해군에게 묻고 공사를 즉각 중단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 승인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강정마을회는 이어 “국회는 당장 제주해군기지 특위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에 나서라"며 "사기극이자 세금낭비성 사업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지금 종지부를 찍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거대한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감리단측은 "케이슨은 50년 빈도의 태풍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이번 제주에 내습한 '볼라벤'은 서귀포항 등 완성된 방파제도 파손시킬 만큼의 초대형 태풍으로 강정 해안에 가거치된 케이슨은 강한 파도에 의해 불가피하게 파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감리단은 수중 정밀조사 등을 거쳐 파손·유실된 케이슨 처리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