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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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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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용 [caritasdei] 쪽지 캡슐

1999-11-30 ㅣ No.816

우리식구는 부모님과 스물여섯의 형과 스물넷의 나 이렇게 네식구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예순 둘 동갑내기이시다. 형 위로 누나가 있었다는데, 일찍 하느님께서 불러가셨다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마 물어볼 수 없어 알지 못한다.

 

어머니!

늦은 나이에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초등학교시절 어머니께서는 당뇨병으로 입원을 하셨다. 운동회날!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나였기에 꼭 오셔야만 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고 어머니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운동회에 오셨고, 며칠후의 소풍때에도 새벽같이 집에 오셔서 손수 김밥을 싸주셨다. 하지만 어린 나로서는 이 사실이 그렇게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사실 나는 그당시 병원에 입원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진한 사랑을 느낗 수가 있다.

더운 여름날, 수박을 먹을때 당뇨병이셨던 어머니께선 우리들이 먹다남긴 빨간부분이 약간 남아있는 부분과 하얀부분만을 드셨다. 왜그렇게 드시냐고 물었더니 달아서 그렇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것이 우리 가족에 대한 커다란 사랑이였음을 깨닫게된 오늘....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퇴근후에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호박을 자르다가 손을 베였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를 통해서 들었다. 별 생각이 없었으나 그 호박이 우리가 먹기위한 호박이 아니라 이웃에게 주기위한 호박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욕실에서 세면을 하는동안 세면대와 비누에 묻어있는 어머니의 피!  깜짝 놀랐다. 작게 베인것도 아니고...크게 안다치셨냐는 말보다 괜한걸 하려하니깐 그렇다고 핀잔을 주었던 나였기에 너무나 죄송스럽다.

어머니는 건강이 많이 안좋으시다. 오래전 많은 일을 하시느라고 눈도 나쁘시고 당뇨병에 관절염에 지금은 허리도 굽은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들을 돌보시느라고 요즘들어 부쩍 몸이 더 안좋아지신것 같다. 얼마전 다리를 다쳐서 기브스를 하시고도 밥짓는 일과 빨래를 더불어 집안일을 그대로 하셨던 어머니! 눈을 다치셔서 밤늦은 시간에 병원 응급실까지 가게된 일도 있었다.

 

우리집은 아직 세탁기가 없다. 손수 빨래를 직접 하신다. 이런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요즘들어 건강이 안좋아지신 이유로 많은 눈물을 보이시며 이런말씀을 하신다. "아들 둘을 독립시킬때까지만 살면 원이없겠다" 라고....이 말을 들을때면 눈물이 흐른다. 요즘들어서는 갑자기 세탁기보다 김치냉장고-딤채라고하던가-가 필요하다고 하신다.

 

당뇨때문에 드시고싶으신 것도 마음대로 드시지 못하시고, 결혼할 당시 구입하셨던 잠옷을 비롯한 옷가지를 아직까지 입고계신 어머니!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한마디조차 아직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알고계신 듯 내가 하려는일은 무슨일이든 잘 협조해주신다. 이럴때마다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몰래 아르바이트라도 하고싶다. 드시고싶으신것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는 어머니께 무엇이든 다 해드리고 싶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딤채라는것을 선물할 것이다.

항상 마음뿐이었지만 이런 내 마음이라도 알아주는 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싶다. 오늘날의 내가 있게해주신것에 감사드린다고....이제는 마음만이 아닌 아들다운 사랑을 드리고 싶다.

 

가만히 두손모아 기도해본다.

가족들의 밥을 손수 해주실 수 있다는것에 마냥 행복해하시는 어머니에게 건강을 주시길...

 

아직 따뜻하게 말할 용기는 없지만 "엄마! 사랑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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