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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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저편에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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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진 [lie4] 쪽지 캡슐

1999-05-20 ㅣ No.342

벌써 희미해진 기억들.... 97년 5월 이맘때... 신입사원 연수중 음성꽃동네라는 작은 마을을 찾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려다본 그곳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아카시아 냄새가 가득했었던 그런곳이었습니다. 버스가 도착지에 다다르면서 어디선가 한명...두명... 모습을 보이던 그 사람들... 그 친구들을 보면서 전 옆에있는 동기에 옷자락을 붙들고 놓지못했습니다. 그리곤 내리꼿는 햇살을 받으며 온갖인상을 다쓰고 그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휠끔휠끔 훔쳐봤었죠! 주방으로 배치를 받은 전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신나했습니다. 다른친구들은 불편하신분들 목욕시켜드리고... 죽음을 앞에두신 어른들 시중들고... 똥 빨래만 모아둔 빨래방에서 코를 부여잡고 메스꺼운 속을 달래가며 그 빨래속에 맨발을 담그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머 너네 안됐다... 수고해!~" 라며 그 친구들을 위로(?)했습니다. 밤을 맞으면서 식당에 잠자리를 마련한 우린 소독약으로 살균했으니 안심하고 사용하라는 수녀님에 말씀을 들으면서도 서로 누가 먼저랄것없이 가방에서 수건과 그밖에 덮을것들을 꺼내들고 그 이불들을 외면하채 깔금을 떨며 새우잠을 청했습니다. 새벽녁.... 어느친구에 괴성(?)을 들으며 우린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괴성을 지른 친구옆엔 우리보다 더 놀랜 얼굴을 감싸고 앉자있는 낯설은 다른 얼굴이 보였어요! 아마 우리가 빨리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봅니다. 이렇게 우린 이곳에서 연수생활에 첫날을 열었습니다. 첫날... 아무도 입밖으론 내뱉지 못했지만, 우리들 머릿속엔 "이곳은 사람사는 곳이 아니다" 라는 생각만이 가득했었죠!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열심히 하는 척 이라도 했던 큰 이윤... 연수생활에서 좋은점수를 얻어 입사하고푼 맘 뿐이였습니다. 이런 이기심으로 가득했던 우리들.... 아니...나..!! 근데 친구들이 변하는 모습이 불현듯 제 눈에 스쳤습니다. 그곳 식구들이 사용하던 주저론 도저히 끼니를 때우지 못하겠다던 친구들이 깔끔떠는 다른 친구들을 나무라기 시작 했고... 손길이 그리워 내미는 그들을 싸늘하게 외면하던 친구들이 어느샌가 그 사람들을 어루만져주고..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코끝이 찡하고 목구멍에서 울컥하는 것이 올라오면서 그렇게 다정히 앉자있는 친구들의 모습에 새로운 동료애를 느꼈고 그곳 식구들에게 나도 무언가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지육신 멀쩡한 전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어요.... 오히려 제가 그들에게 많은걸 얻어왔었죠! 상한 요구르트를 마시면서도 고마워하는 마음... 본인들에 몸도 불편하면서 또 다른 이들을 돌봐주는 배려...그리고 젤 중요한건.. 메마른 내게도 사랑이 뭔지...남을 위하는 맘은 생각만으론 되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해준 울타리안에 그 사람들..... 넘 고마웠습니다!!~ 그들에 배웅을 받으면서 우린 소리죽여 훌쩍거렸어요. 그들이 더이상 바깥세상에서 떠밀려다니지 말고 이곳 사랑의 울타리안에서 영원하길 바라며... 며칠만에 모습을 드러낸 파~아~란 하늘을 보니 그곳에 식구들이 불현듯 생각이 납니다... 다들 몸건강히 잘들 지내고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가브리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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