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당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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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anna01] 쪽지 캡슐

2000-08-11 ㅣ No.974

오늘 하도 황당한 일을 당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씁니다. 저는 성산2동 본당의 김영아 안나입니다. 빠른 이해를 위해 영등포 유통센타 지하에 위치한 저희 사무실에서 발생한 일을 제가 보고 느낀대로 정리해서 간단한 시나리오로 써 보겠습니다.

 

아줌마:(사무실 밖 복도에서)천주교 신자세요?

영아:(전도하시다가 고단해하시는 것 같아 물이라도 드리려는 맘으로) 네, 들어오세요.

아줌마 : 천주교 신자 만나기가 힘드네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영아:예 저도요.

아줌마: (’성모마리아의집-무의탁 양로원’이라고 쓰인 코팅된 명함을 책상위에 내놓으며) 여기서 일하는 봉사자예요. 모금을 하고 있는데 이 스카풀라 하고 묵주를 사시면 성모님의 은총을 받습니다. 둘 다 5000원씩이예요.

영아:(황당해서)네?

아줌마:아, 이 스카풀라 못들어봤어요? 이거 성모님의 옷인데 목에 걸고 다니면 은총을 받으니까 하나 사요.

영아:(양로원에 기부하는 셈치고) 부담스러우니 스카풀라 하나만 살래요.

아줌마:그러세요. 한데 애기 있어요?

영아: 네. 왜요?

아줌마 : 그럼 애기를 위해서도 하나 더 사요. 그리고 이 ’로사리오’간행물도 보시고요.

영아 : 아, 더는 못사고요, 그 간행물은 주세요.

아줌마 : (내놓았던 명함을 다시 챙기시며)시흥동 상가는 천주교 신자들끼리 모임이 있던데 여긴 그런것 없어요?

영아 : 잘 모르겠는데요. 안녕히 가세요. (성모마리아의 집에 5000원 기부한셈 쳤으니 확인이나 해보자, 혹시 더 기부가 필요하면 줄수도 있고. 114에 전화를 건다) 성모마리아의 집 부탁해요.

114: 그런 이름으로 등록된 곳 없습니다.

영아: 그럼 로사리오 간행물 뒤쪽에 연락처가 쓰인 ’미카엘회’에 전화해 봐야지 거기서는 알지도 몰라. ***-****(실제로 밝히려다 맙니다.정 궁금하시면 제게 개인적으로 물어봐주세요.)

미카엘회: 여보세요.

영아 : 성모마리아의 집 전화를 좀 알고싶어서요.

미카엘회 : (갑자기 격앙된 여자 목소리) 왜 이렇게 사람을 못믿으세욧! 달칵 . 뚜뚜뚜...

영아 : ....

 

 

이게 저에게 벌어졌던 상황입니다. 5000원은 양로원에 기부되었다 치고 아깝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어렵게 전도하는 것 보다는 신자라는 점을 미끼로 성모님의 이름을 팔아 기부금을 모으는 그 방법이 상당히 치사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둘째, 저도 그 물건(성물일지도 모르지만)을 그런 자리에서 그런 방법으로 샀다는것이 창피합니다. 실수했지요.

 

셋째, 미카엘회에서는 그런 확인전화를 많이 받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화도 났겠지요. 그러나 기부할지도 모를 사람과 기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는 사말은 일반사회에도 없습니다. 천주교 종교단체를 표방한다면 일반인보다 훨씬 나은 매너로 사람을 대해야지 어찌 이럴수가 있습니까? 또한 정말 떳떳한 단체라면 왜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합니까?

 

넷째, 저는 집안 식구들이 모두 천주교인이라 그런 분들과 한 가지로 취급되는 것이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그분의 모금방법은 천주교인들간의 마음을 단절시켰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다음번에 어느 낯선 사람이 저보고 천주교 신자냐고 물으면 제가 어찌 대답해야할까요?

사실을 얘기하면 싸우겠고 바쁘면 차라리 아니라고 하고 싶어질겁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은 현명한 판단으로 좋은 단체에 기부하시고

천주교인을 사칭한 이상한 단체에서 이런식으로 대하는 것을 보시면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같은 선에서 취급 당하는 것이 좋다면 그냥 두시고요. 저는 서울 대교구 사무처에 일단 신고를 했습니다. 그곳에서도 저 말고 여러명 한테서 그런 신고를 받았답니다. 제가 너무 지나쳤을수도 있으나 생각해보십시오. 이같은 일을 예비자나 새신자가 당했다면 얼마 알지도 않은 천주교에 대해 얼마나 오해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성모마리아회 봉사자님들께 말씀 드립니다. 훌륭한 봉사에는 감사 드립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업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피땀흘려 번 돈으로 기부하는 것이 그렇게 성물을 돌아다니며 파는 것 보다 훌륭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니면 힘든 전도의 전선에 뛰어드시든가 아니면 양로원에서 드러나지 않게 힘으로 실질적인 봉사를 하시는 것이 더 훌륭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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