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설예정인 화순해경부두. 사진제공=제주도청

 

진단=해군기지 강행 모드

 
[제주도민일보 오석준 기자]제주 해군기지의 핵심적인 문제는 맹목적인 국가안보 논리로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막대한 국가재정 낭비와 국익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지선정에서부터 추진 절차와 과정, 불·탈법적 공사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학계·종교계를 비롯한 국민적 반대 여론은 물론 국회까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해군기지를 강행하면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억압하고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킨 것도 정부·해군의 책임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다가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생산적인 대안을 마련해 대선 국면을 문제 해결의 전환점으로 삼는 것은 제주도지방정부와 지역국회의원, 도의회를 비롯한 제주사회는 물론 원인제공 당사자인 국방부·해군의 몫이기도 하다.
 
 
(6) 생산적 대안 찾기
 
지난 2007년말 국회의 예산 승인 조건은 대규모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복합형 기항지’다. 당시 원혜영 국회 예결위원장은 ‘크루즈선박이 이용할수 있는 민항을 기본으로, 해군이 필요한 경우 일시정박해 주유나 물자 등을 구입할수 있는 것으로, 여기엔 해양경찰의 이용까지 포함된다’고 민군복합형 기항지의 개념을 명확히 설명한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해군은 최첨단 이지스구축함을 포함한 대규모 기동전단과 잠수함 전대, 육상지원전대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을 통해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전략에 편입되는 길을 택했고 ‘뼛속까지 친미’인 이명박 정권이 적극 뒷받침하고 나섰다.
 
국회는 올해초 여·야합의로 정부가 제출한 올해 제주 해군기지 예산 1327억원 가운데 육상설계비 38억원과 보상비 11억원 등 49억원을 제외한 1278억원을 삭감한바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 등을 통해 15만t급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는 등 국방부·해군이 국회 예산승인 조건인 민군복합형 기항지가 아닌 대규모 해군기지를 강행해온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이월된 예산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포장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미 패권전략 편입 ‘위험한 도박’
인도-한국-일본-호주, 그리고 아세안을 잇는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의 핵심 축은 한·미·일 삼각동맹이며, 그 연결고리는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MD)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괌이나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북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한국군이 이지스함에 스탠다드 미사일(SM-3)을 장착해 요격해주는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과 북한·러시아의 결속 강화를 통한 동북아 신냉전을 초래하고, 그 전초기지인 제주 해군기지가 타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맹목적인 국가안보 논리를 내세워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에 편입돼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이며 관광·투자유치 시장이자,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장기적으로 평화통일에 도움을 줄수 있는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국가안보나 국익 차원에서 전혀 도움이 안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이를 모항으로 한 이어도-독도함대 창설·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도 문제다. 해군기지 건설비용 1조원에 2척의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한 이어도-독도함대 창설에 5년간 6조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함대 운영비도 연간 수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해군이 내세우는, 대한민국 영토도 영해도 아닌 수중암초 이어도 수호를 비롯한 해양안보와 해상교통로 보호, 해양자원 확보 등은 기본적으로 해양경찰의 업무이거나 외교적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실제 해군기지가 건설돼 이어도-독도함대가 운영되고 미국·일본 함정들이 드나들게 될 경우 국제적 파장과 국가안보상의 위험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안보와 평화 ‘두 마리 토끼’ 잡기
정부·해군이 주장하는 제주남방해역 해양안보 수호, 해양 수송로 보호, 탐색구조활동 등을 위한 여건은 이미 갖춰지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이 신설됐고, 화순항에 해경 전용부두가 건설중인 한편 제주항 해경전용부두 확장공사도 추진되고 있다. 서귀포항에는 최대 운항거리가 3700km에 달하는 최신예 경비정 ‘대극 6호’도 배치됐다.
 
때문에 국제적 긴장을 조성하지 않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생산적인 대안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국가안보와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가치를 충족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는 길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적 갈등의 근원인 해군기지를 백지화하는 대신 화순항 혹은 제주항 해경 전용부두, 혹은 두곳 모두를 해군 기항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 될 것이다. 해군이 애초부터 최적지로 꼽은 곳도 화순이었다.
 
이 경우 남방해역에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출동이 가능하고 해경과의 공조를 통해 해양 교통로 보호와 해양 안보 등 국방부·해군이 해군기지 건설 이유로 제시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수 있다.
 
해군기지 건설과 이어도-독도함대 창설·운영에 따른 7조원이 넘는 막대한 국가예산도 절감할수 있고, 해군기지에 사용될 예정이었던 자재들도 해경부두 건설에 활용하면 손실을 최소화 할수 있게 된다.
 
이와함께 비폭력적인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통해 평화와 인권, 환경과 생명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강정마을을 세계 평화생태마을로 지정하는 등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2시간이내 거리에 인구 500만이상의 도시가 18개나 있는 동북아의 중심지 제주가 미국의 패권전략에 휘말려 신냉전의 전초기지가 될것이냐, 명실상부한 세계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냐는 중대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