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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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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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7-18 ㅣ No.6783

 

 

아들의 선택

 

 

 

"매년 가을운동회 시즌이되면 나는 늘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도쿄에 있는 뉴웨이저펜의 하라다 부장의 말이다.

오래전 석유회사에 근무하던 하라다 씨는 요코하마에 살고 있었다.아이는 셋. 큰딸이 6학년,그 밑에 아들이 5학년,막내아들이 2학년으로 모두 소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아빠,올해 달리기에서는 제가 1등을 할 테니까 골인할 때 사진 찍는 거 잊지 마세요."

운동회 날 아침 둘째인 오스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4학년 가을운동회 때는 같은 반 친구인 모치쓰키에게 1등을 내주고 2등을 했었다.

모치쓰키는 반을 대표하는 달리기 선수로 뛰고 있는 아이로 오스케는 늘 그 아이에게 뒤지고 있었다. 분하기도 했겠지만 성격이 차분한 오스케는 그런 제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오스케가 한 학년이 올라가더니 체육시간 달리기에서 가끔씩 모치쓰키를 이기는 일이 생겼다.

"기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애들한테는 가장 화려한 무대인 운동회에서도 이기자는 생각을 한 거지요."

오스케는 매일 아침 남보다 일찍 일어나 달리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집 주변을 열 바퀴씩 전력을 다해 달렸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까운 공원에서 스타트 대시를 백 번씩 연습했다.

"모치쓰키는 스타트가 좋아요. 그런데 오스케는 탕 하는 출발 신호를 듣고 튀어나가기까지한 호흡이 늦지요. 그걸 알고출발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던 겁니다."

아버지도 일요일에는 함께 공원에 가서 ’준비! 탕!’ 하며 연습을 도왔다.

아들은 비 오는 날도 거르지 않고 날도 밝기 전에 일어나 일찌감치 밖으로 나갔다.어머니는 아들이 걱정스러웠지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사내녀석이 한번 한다고 결정한 거니까 나는 반대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특벼히 격려도 하지 않겠소."

몇 달이 지났다. 운동회에서 모치쓰케와 같은 조가 되어 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회 예행여습에서 강적을 물리치고 드디어 1등을 해냇다.

열심히 연습을 하였고, 예행연습에서도 이기고 나니 오스케는 정말 자신감이 생겼다. 아버지도 이번에는 이들이 1등을 할 것이라거 확신을 하였다.

운동회 날 아버지는 결승선 옆에 자리를 정하고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면서 들뜬 기분으로 아들을 기다렸다. 드디어 아들이 뛸 차례가 되었다. 출발선에 나란히 선 아이글을 보고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분명히 여섯 명이 뛴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은 일곱이엇다.

"모치쓰케보다 늦지 않게 스타트를 하고,네모도는 팔을 옆으로 흔드니까 그 옆에는 가지않는 게 좋갰고, 나카다는 인스코에서 튀어나오는 버릇이 잇으니까 주의해야하고......"

아들은 일렇게 함께 달리는 아이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계획을 세우면서 획실히 여섯 명이 달린다고 했었는데......

아버지의 생각에도 아랑곳없이 아이들은 출발 신호가 나자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갔다. 역시 모치쓰키는 스타트가 좋았다. 첫 코너에서 그는 재빨리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그 뒤를 네 명이 옆으로 나란히 쫒고, 다시 그 뒤에 두명이 따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두 번째 그룹의 네 아이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거기에 오스케는 없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 꼴찌 하는 두 아이를 살펴 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아들이 아닌가.

"어떻게 된거야, 오스케......"

비 오는 날 아침에도 빠지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꼴찌라니......

아버지는 손에 든 카메라를 그만 떨어뜨릴 뻔했다.

제2코스에서 모치쓰키는 뒤따르는 그룹을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다. 반면, 꼴찌인 두 아이는 점점 더 처지고 있었다. 아들은 앞을 보고 달리고는 있었지만 속도를 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옆에 붙어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아이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문득 그 아이를 본 적이 있다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저 아니는 오스케의 방에 가끔 컴퓨터를 하러 오는 아이인데.’

몸이 약해서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아이였다. 밖에 나가 놀지도 않기 때문에 친구도 많지 않은 눈치였다. 그런 아이가 무슨 영문인지 오스케와는 뜻이 맞아 집으로 놀러오곤 했었다. 운동을 하지는 못하므로 오스케는 그와 함께 컴퓨터를 했다.

’그렇군. 운동회 연습에도 참가하지 않았을 테니까 저 아이는 달릴 조가 정해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 아이가 모두들 달리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겠지. 그래서 담임선생님은 오스케와 같은 조에 아이를 넣은 거고.’

오스케에게는 완전히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친구가 함께 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오스케는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1등의 명예도 버리고, 친구와 함께 달리기로 결정한 듯했다.

"그래. 그래서 꼴찌로 달리고 있는 거구나."

모치쓰키가 유유히 1등으로 골인했다. 그 뒤를 반 바퀴쯤 뒤쳐져서 오스케와 친구가 달려왔다. 두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은 새 테이프를 들고 기다렸다. 두 아이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두 손을 높이 든 채 테이프를 끊었다. 아버지는 정신 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아들이 친구를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이 파인더 너머로 보이자 아버지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지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날 저녁 모두 모인 식사시간에 가족들은 누구 하나 오스케의 꼴찌사건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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