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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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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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경 [ppebble] 쪽지 캡슐

2002-07-20 ㅣ No.6801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동생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 애는 초등학교 6학년 여름 가출을 했습니다. 그러다 한 일년쯤 뒤 엄마 손에 붙잡혀 집에 들어왔는데, 서울 변두리 양말 공장에서 일했다는 그 애는 제가 번 돈으로 산 미니카세트와 가방 옷 등을 자랑했습니다. 얼마 뒤 그 애는 또 집을 나갔습니다. 그 일로 아빠는 풍으로 쓰러지셨고, 어떻게 알았는지 그 애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모시고 목욕탕, 침술원 등을 다니며 아빠를 간호했고, 아버지는 곧 건강을 되찾으셨지요. 그 뒤 그 앤 다시 집을 나가지 않았지만 늘 이방인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애가 텔레비전 자막을 보다 제 남동생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는데, 철없는 막내는 형은 저것도 몰라 하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애는 아무 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그때 처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맘 편히 공부할 때 그 애는 서울 어느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제가 스물두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그 애가 묻더군요. 내가 왜 집을 나갔는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또 집에 왔을 때 나와 막내의 차가운 시선에 얼마나 서러웠는지 그리고 자신도 얼마나 공부가 하고 싶었는지 아느냐고요.

 

그때 그 애는 가난한 집안 형편에 부모님이 장남인 자기를 공부시키기 위해 누나인 나를 공부시키지 않으실 것 같아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났던 거라 했습니다. 전 몰랐습니다. 저와 막내가 그 애의 빈자리 때문에 나름대로 호강했다는 걸. 그 애가 힘겹게 번 돈으로 제 교복이며 등록금이 생겼다는 걸. 그리고 배우지 못한 그 애가 창피해 우연이라도 그 애를 보게 되면 모른 척했는데 그게 그 아이에겐 아주 큰 상처가 되었다는 걸.

 

벌써 6년 전 일이네요. 이제 동생은 부모님께 없어서는 안 될 의젓한 큰아들입니다. 스물여섯 성인이 된 그 앤 성격도 좋고 유머도 풍부해 사람들에게 인기도 좋답니다. 언젠가 꼭 이야기해야겠습니다. 미안했다고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 좋은생각 송양순님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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