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죽음, 파괴를 앞세운 괴물과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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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희 [kohthea] 쪽지 캡슐

2012-07-25 ㅣ No.1264

[기고]강정마을, ‘괴물’과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
허상수 | 강정사랑 제주사름 공동대표
지난 6월30일 아침 서울 조계사, 폭우와 강풍 속에서 1600㎞ 강정평화 자전거 국토순례단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단순한 자전거 순례가 아니다.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기갈등 현장을 찾아가 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들어보고 동병상련을 하는 연대와 소통의 시간을 매일 갖고 있다. ‘길 위의 평화’ 시간이다.

그동안 서울시청 앞 재능교육 노조 농성장, 용산 참사 현장,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서초동 삼성재벌 본사, 파업 중인 문화방송 노조, 부평 소재 세계적 기타 제조기업이었던 콜트콜텍 노조 농성장, 춘천 강원도청 앞 골프장 반대 농민 농성장, 철거를 강요받고 있는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단지, 평택 쌍용차 노조 농성장과 대추리 이전 마을, 아산 걸매리 갯벌, 울산과 영덕 탈핵운동 현장을 직접 찾아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애환을 들었다. 길은 멀고 힘들지만 미약한 순례행렬은 앞으로도 현장을 찾아 연대할 것이다.

 
 
국내 자전거 순례 역사상 가장 길고 힘든 역정이 이어지는 이유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강정마을의 수난을 알리고, 타 지역 장기갈등 당사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대안이나 출구를 모색해 보려는 것이다. 지난 11일 동안 거쳐 온 순례도정에서 만난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첫 번째 사실은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다.

무릇 국가는 사람과 계급 간 이해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고 해결해 줘야 하는 고유한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국가 공권력이 도리어 갈등과 반목과 대립을 양산하고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다수 장기갈등의 이면엔 공공갈등의 요소들이 내장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부 공공부문들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행정을 시행하였더라면 아무리 노사 간 대결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막장사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대목들이 종종 발견되었다. 심지어 정의를 실현하고 불의와 부패와 부정을 심판해야 하는 사법부조차 비례평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을 종종 오해하고, 가진 자와 권력을 비호하는 오판을 반복해 왔다는 점이다.

두 번째 요구와 호소는 문제점과 원인을 진단하고, 실상을 구체적으로 알아달라는 것이다. 갈등 원인조차 규명되지 못한 채 시간과 인력과 자원만 소진되고 있는 양상이다.

제주 강정마을의 장기갈등만 보더라도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고 연안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건설되고 있는 항구의 정체가 날이 갈수록 괴물의 형상을 하고 전면화되고 있다. 지난 5일 대법원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적법하다’는 선고를 했다. 국방부와 해군은 만세를 부르며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결코 두 개일 수 없다.

전국 24개 도시를 거쳐 가는 자전거 순례자의 머릿속은 과연 이게 대한민국 행정의 현주소인가라는 회의와 실망으로 가득 차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분명히 그 항구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7년 국회에서 처음 사업 예산을 책정할 때의 사업명이었다. 그러나 평화운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그게 사실상 ‘미국 해군기지’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최대의 재벌집단인 삼성과 대림이 국민 세금으로 공사하고 있는 이 가증스러운 해상 구조물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36일간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모두 돌아 마지막 5일은 제주도 도보순례에 참여하여 강정마을에 나타나고 있는 전쟁과 죽음과 파괴를 앞세운 괴물의 정체를 확인하고 괴물퇴치 활동에 종지부를 찍을 계획이다.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괴물과의 전쟁은 단순한 군사시설 거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안의 반목과 대립, 전쟁과 죽임의 문화를 청산하고 평화와 생명의 연대, 공존의 문화를 회복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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