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해군기지 안보논리 제대로 고민해본 적 있나? 안보논리 저변에 해군의 '밥그릇 챙기기'가 숨겨져 있다"

조성윤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교수(사회학과)는 19일 오후 7시 제주주민자치연대에서 열린 '생명평화의 섬을 향한 풀뿌리 강의'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사업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19일 조성윤 제주대학교 교수가 제주주민자치연대에서 열린 '생명평화의 섬을 향한 풀뿌리 강의'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사업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이날 조성윤 교수는 해군과 정부에 의해 주창되며 당연하게만 여겨져 왔던 '국가안보사업' 논리에 대해 근거를 들며 숨을 뜻을 풀어나갔다. 우선 조 교수는 안보프레임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조성윤 교수는 "해군기지에 대한 안보논리가 본격적으로 떠올랐을 때, 야권과 시민운동권은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막연한 평화 논리로 밀고나가고 환경을 지켜야한다는 점으로만 계속 호소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환경파괴를 가슴아파하지만, 안보에 대한 신념 때문에 해군기지 설립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성윤 교수는 안보프레임의 속뜻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2005년 해군이 군항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당시 내세운 안보논리를 제시했다.
 
조성윤 교수에 따르면, 당시 해군이 내세운 안보논리는 남방 해상 교역로 수호와 이어도 해역을 지키기 위해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세운 장기 목표가 바로 '대양해군'이다. 대양해군을 목표로 마련된 전략 기동함대의 새로운 기지가 바로 제주해군기지다.
 
조성윤 교수는 "대양해군은 기지에 배치해서 유사시에 출동하는 개념의 전단이 아니"라며 "2개의 기동전단이 먼 바다로 나가 있으면 한 개의 기동전단이 들어와 쉬면서 수리를 하는 로테이션 구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해군이 기존 발표대로 남방해상항로나 이어도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제주도에 전단을 배치한다고 하면 그것은 기동전단이 아니다"며 "제주기지의 '붙박이 전단'일 뿐이며, 결코 대양해군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별도로 만드는데 그 이유가 기동전단을 배치하기 위함이라면 이거야 말로 넌센스"라며 "제주에 연안기지를 둔다면 몰라도 대양함대의 기지로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대양해군을 목표로 한다면 오히려 규모가 크고 대량 정비가 가능한 부산이 더 적합하다"며 "더구나 기동전단이 기지에 돌아왔을 때 적어도 3개 함대에 이르는 장병들이 가족을 만나고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제주가 아닌 대도시 배경으로 기지가 건설돼야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성윤 교수는 "현재 함정들로는 대양해군 전단 하나를 구성하는 것도 부족하다"며 "큰 배 하나가 5000억 이상에서 최대 1조 가까이 비용이 드는데, 이는 기지 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기지를 짓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엄청나게 부족한 전함을 건조하는데 보태야 한다"며 "더불어 새로 건조되는 첨단 기술로 무장된 배들을 능숙하게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이어도 해역 방어와 관련된 논리에 대해 조 교수는 "이어도는 아직 공개적으로 떠들 만큼 확정된 한국 영토가 아니"라며 "다가올 협상에 대비해 조용히 관련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 해군 등이 독도와 비슷하게 이어도를 이용민족주의 감정으로 본질을 보는 눈을 가리려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조 교수는 "이어도 해역을 조용히 실질적 방위력을 가지고 통제하려면 해군이 아닌 제주 지역 해양경찰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해군은 왜 제주에 해군기지를 꼭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조성윤 교수는 해군이 주장하는 안보논리의 저변에 '인사문제'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조성윤 교수는 "한국 군대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인건비"라며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전문가를 교육하는 등의 예산이 30%가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개혁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 2010년까지 63만 군대를 50만까지 줄이는 계획이 있었다"며 "그러나 장교는 단 한명도 안 줄이고 사병만 줄이기로 결정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려면 장교 중심의 현재 구조를 재편성하고, 전단기지들을 다시 통합해서 내부의 수를 줄여야 한다"며 "그러나 제주해군기지는 내부의 개편 없이 기지수만 늘리고 있는 것"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겉으로 국가안보를 외치지만, 새로운 기지가 건설되면 나오는 보직 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조성윤 교수는 시민사회에서 미래 군대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우선 조 교수는 "해군은 자기 이익을 위해 억지로 조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마음먹고, 국민들과 대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래의 군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정면으로 해군과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한국사회에서 해군의 역할 무엇일까 생각하지 않은 채 해군기지 건설만 중단하라고 논의를 멈추면 해결책은 전혀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풀뿌리 강좌는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 및 재논의를 위한 제주지역교수협의회가 공동 주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고용희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