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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에서 본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연주회[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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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섭 [bongsub] 쪽지 캡슐

2006-10-23 ㅣ No.7189

(굿뉴스에서 주최하시는 몬테베르디 저녁기도 명동성당 연주 소식을 듣고 혹시 참고가 될까 해서 올립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 본 연주회 소감입니다. 특히 번역에 틀린 곳이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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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8일
몬테베르디(Monteverdi)  “복되신 동정녀의 저녁기도 (Vespro della Beata Vergine)”

연주 Baroque Artists of CHampaign-Urbana (“BACH”)
지휘 Chester Alwes
장소 St. John’s Catholic Chapel, Champaign, Illinois


Baroque Artists of CHampaign-Urbana, 일명 BACH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는 드넓은 옥수수밭 가운데 쌍둥이섬(?)처럼 붙어 있는 Urbana와 Champaign이라는 소도시에 걸쳐 있다.  음악대학이 있는 만큼 크고 작은 연주단체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모임이 Baroque Artists of CHampaign-Urbana이다. 영문 머릿자가 “BACH”가 되도록 이름을 만들었다. 일단 바로크시대 근처의 음악만 연주한다는 것이 특이하고, 음대의 전공자들과 함께 이 지역의 비전공 애호가들이 함께 뭉쳐서 기운차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더욱 특이하다. 즉 세미 프로 정도의 절충형이고, 악기구성도 일단 현대악기에 가능한 대로 원전악기를 동원하는 절충형이다.

섬처럼 한정된 공간 안에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문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몬테베르디 - 생소함을 극복하라

이번 작품은 몬테베르디의 대표적인 종교곡인 1610년작 “복되신 동정녀의 저녁기도(Vespro della Beata Vergine).”  우리말로 알기 쉽게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몬테베르디가 음악사에서 대단히 유명하다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하고는 참 친해지기 어려웠다. 나름대로 오페라 "오르페오"와 "포페아의 대관"도 들었고, 이 작품 "저녁기도"의 연주로는 John Eliot Gardiner의 영상물과 Andrew Parrott 의 CD도 들어 보았었다. 하지만 대충 좋은 것 같기는 한데, 다른 일 하면서 적당히 들을 때가 많아서 그랬는지 스스로 그 음악을 가득 즐기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칫하면 한없이 지루한 것 같기도 하였다. 이런... 자칭 바로크 열성팬에다가 르네상스 다성음악과 그레고리오 성가까지 좋아한다고 하면서, 희한하게 르네상스와 바로크 사이쯤에 걸쳐 있는 이 몬테베르디 할아버지하고는 인연을 잘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뭐든지 계기가 필요한 것일까. 이 동네 BACH 팀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나도 이게 진짜 좋은 건지 한번 느껴 보고 싶었다.  이럴 때 방법은 뻔하다. 단순무식하게 여러 번 들어 보는 것.  음식도 먹어 본 사람이 안다고, 짧은 부분 한두 개라도 여러 번 들어서 대충 외울 정도가 되면 뭔가 감이 오기 마련이다.  이상적으로는 악보를 보면서 들으면 집중도 잘 되고 악보보는 눈도 좋아지는데, 그렇게까지 할 여유는 없고 당시 밤늦게까지 전자현미경을 사용할 일이 많아서 그 때 이어폰을 꽂고 이 곡을 계속 들었다.

그랬더니… 이럴 수가.  아름답고 화려하다 못해서 나를 아찔하게 할 정도로 다가오는 것이다...

역시 생소할 때는 일단 익숙해지고 볼 일이다.  





(몬테베르디가 봉직했던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성당)


작품 맛보기

이 곡은 성무일도의 저녁기도에 맞게 여러 개의 시편에 이어 Magnificat이 나오게 되어 있고, 그와 함께 여러 모테트가 들어 있다. (여기의 모테트들은 기악반주가 딸린 성악곡 "콘체르토"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각각을 배치하는 순서가 명확하지 않고 어디가 합창이고 어디가 솔로인지 확실치 않은 경우도 있고 해서, 연주마다 매우 다양한 해석을 볼 수 있다. 연주에 따라서는 또 여기에 실제 저녁기도와 맞도록 사이사이에 그레고리오 성가로 된 안티포나들을 함께 넣기도 한다. 예컨대 어떤 연주는 몬테베르디가 작곡한 것만 넣는가 하면 어떤 연주는 성모승천대축일의 그레고리오 성가 안티포나를, 또 다른 연주는 성모탄생축일의 안티포나를 맞추어 넣는 식이다.

@ 우선 성악뿐 아니라 기악도 매우 중요하다. 몇 가지의 계속저음 악기들을 비롯해서 다채로운 악기들이 등장한다.

가장 첫 곡부터 그런 특성을 잘 보여 준다.  저녁기도 처음, 주례자가 "하느님 저를 구하소서" 하면 회중이 " 주님 어서 오사 저를 도우소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영원히. 알렐루야" 라고 기도하는 부분이다.  선창자가 그레고리오 성가로 "Deus in adiutorium meum intende"를 노래하면 이어 합창은 영광송이 다 끝나도록 (알렐루야 전까지) 파트별로 딱 한 음만 가지고 높이변화 없이 노래한다. 그 반면 풍부한 색채감을 자랑하는 기악파트가 화려하게 움직이면서 한껏 기운을 고양시킨다.  (참고로 Amazon.com 에서 제공하는 1분 정도 길이의 맛보기 파일을 링크한다.)

맛보기(클릭): “Deus in adiutorium…” [Herreweghe 지휘] http://www.amazon.com/gp/music/clipserve/B000FIM2M6001001/0/ref=mu_sam_wma_001_001/102-1148953-1495354

@ 성악파트가 이렇게 계속 단순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정반대.  6성에서 10성에 이르는, 아주 화려하게 교차하는 노래들이 계속해서 여럿 등장한다. 언뜻 보기에도 이거 연주하는 사람들은 정말 어렵겠다 싶다.

맛보기: 시편147 "Lauda Jerusalem" [Gardiner] http://www.amazon.com/gp/music/clipserve/B0000057DL001010/0/ref=mu_sam_wma_001_010/102-1148953-1495354

@ 독창자들의 비중도 매우 크다. 독창, 2중창, 3중창 등이 다채롭게 나오는데, 그 숫자가 의미를 가질 때도 있다. 예컨대 "Duo Seraphim(두 천사가)"에서는 숫자대로 2중창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tres(셋)"라는 단어에서부터 3중창으로 바뀐다. 그리고 "Audi Coelum"에서는 독창자들의 대화가 이어지다가 "omnes(모두)"라는 단어는 모두 합창으로 노래하기도 한다.

@ 그리고 특기할 만한 것이 많은 부분에서 메아리 효과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독창자 한 사람이 노래하면 그 끝부분을 다른 독창자가 메아리처럼 바로 이어서 부르는 것이다. 가디너가 위 그림에 나온 성 마르코 성당에서 연주한 영상물에 보면 연주자들이 성당의 다른 위치로 계속 움직이면서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데 (제대 가운데쪽, 뒤쪽, 독서대, 발코니처럼 생긴 부분들 등등), 특히 이런 메아리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독창자들이 상당히 떨어진 곳에 따로 올라가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메아리 중에서도 아주 재미있는 것이 "Audi Coelum"에 나오는 것들이다.  그 첫부분 가사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라틴어 실력 부재로 영어 번역문을 보고 옮겼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Audi coelum verba mea, plena desiderio et perfusa gaudio."
(Eco)  "Audio."

[독창자 1] "하늘이여 들으라, 소망에 가득차고 기쁨으로 뒤덮힌 나의 말을."  
[독창자 2]  (메아리) "듣노라."  

즉 내용상으로는 두 독창자가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첫번째 독창자의 가사가 "gaudio"로 끝난 다음 두번째 독창자가 "audio"라는 단어를 같은 선율로 노래하니 이것이 메아리처럼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주고받는 가사도 이런 식이다.
"...benedicam." - "Dicam."
"...maria (바다를)." - "Maria(성모 마리아)."
"...orientalis." - "Talis."
"...vita." - "Ita."
"...remedium." - "Medium."
"...consequamur." - "Sequamur."
"...solamen." - "Amen."
계속 다른 단어로 대답하지만 발음상 메아리가 되도록 절묘하게 가사를 배치한 것이다.

맛보기: “Audi Coelum” [Parrott] http://www.amazon.com/gp/music/clipserve/B000031WJB001014/0/ref=mu_sam_wma_001_014/102-1148953-1495354

 

@ 이런 메아리 효과가 다른 합창 파트와 동시에 나타나는 곳도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7성부 Magnificat 의 영광송 부분을 참 좋아하는데, 여기서는 독창자 두 사람이 Gloria Patri… 를 많은 장식음과 함께 메아리처럼 주고받는 가운데 합창(또는 여성독창)이 아주 소박하게 정선율을 노래한다.

맛보기: "Magnificat" (7성) 중 "Gloria Patri" [Christie] http://www.amazon.com/gp/music/clipserve/B00000AEKH002017/0/ref=mu_sam_wma_002_017/102-1148953-1495354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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