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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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주 [cuteyang] 쪽지 캡슐

1999-10-07 ㅣ No.697

저는 금융기관에 다닙니다. 서민들에게 주택자금을 대출하는 일을 합니다. 지금도 회사구요, 아침업무 시작전에 와보았습니다. 객장에 앉아 있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접합니다. 오자마자 아무런 피해준거 없는데 소리높이는 손님, 차분하지만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손님, 글씨를 못 쓰시는데 대출받으신다고 말로해도 되냐는 손님 등등... 처음엔 그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애를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익숙하게 그 분들을 맞을수 있습니다. 언젠가의 고객이 생각나는군요. 허름한 옷 차림의 한 부부가 왔습니다. 전 똑같이 대출에 대해 안내를 하고 서류를 받을려고 했습니다. 그 부부는 본인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왔다며 자세하게 안내해 달라고 했습니다. 다른 손님보다 2배로 많은 말을 하며 안내를 해 주는 동안에도 이 부부의 얼굴은 마냥 베시시~~ 처음엔 왜 대출받는 얘기하는데 웃을까- 했지만 그 부부의 모습에 왠지모를 소박함과 따스함이 밀려왔습니다.50대 후반정도의 이 부부는 남편은 어렸을때부터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지금은 청소부로 일하고 부인은 빌딩 청소부로 일하며 차곡 차곡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군대간 막내 아들이 오면 우리 집을 보여줄 거라며 마냥 즐거워 하셨습니다. 대출에 대한 얘기보다 그 분의 말씀에 열중이셔서 서류 접수는 좀 수월치 않았지만 이 사회에서 저렇게 성실하고 밝게 사시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시골이 없어서 항상 서울에서 살았지만 만약 시골에 가까운 친지가 있다면 그분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분들을 보냈습니다. 20대 후반정도에도 3-4억하는 오피스텔을 구입하려고 대출을 받는 손님이 많은 지금, 전 시간이 오래걸리고 안내하다가 목이 쉬어도 그 부부같은 손님이 가져다 주는 따듯함이 좋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고객이 올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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