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아름다운 혼인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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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156

아름다운 혼인, 착실한 준비에서 시작된다.

 

 

  어린아이가 걷는데는 적어도 1년, 말을 제법 하는데는 적어도 2년은 걸립니다. 그것도 제법 똑똑한 경우에 말이죠.

먼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우리는 천재가 아니라면 많은 노력과 그에 따른 비용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배워야 하겠죠. 이런 통신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의 투자와 비용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일생에 한번 있는 혼인, 그것도 가톨릭 교회에서의 혼인,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혼인도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동차를 하나 살려고 해도 어느 회사의 어느 차를 살까 우리는 이모 저모 따지고 또 따집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혼인은 크게 3가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1. 단일성 2. 불가해소성 3. 자녀의 출산과 교육입니다.

이것은 제가 하고자 하는 말씀의 본질이 아니기에 이렇게만 말씀 드립니다.

 

 또 한가지 가톨릭 혼인은 다른 성사와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성사의 주체가 성사를 받는 신랑과 신부라는 것입니다. 다른 성사는 그 성사를 주례하는 사제가 주체가 됩니다. 하지만 혼인성사만큼은 신랑 신부 두 당사자가 주체가 되고 사제와 하객은 증인이 됩니다. 따라서 혼인성사는 전적으로 신랑 신부의 동의와 신랑 신부의 서약에 의해서 완성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물은 그릇이 있어야 담을 수 있듯이, 이와 같은 혼인 성사는 혼인 봉투라는 그릇에 담아 보관합니다. 이 혼인 봉투는 교회에서 보관하며, 나중에 필요시에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이 됩니다. 이 혼인 봉투에는 보통 몇 가지 서류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혼인을 완성하는 도구입니다.

 

 첫째, 세례 증명서입니다. 왜냐하면 가톨릭 혼인은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받는 성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례를 받지 않은 분은 이것이 필요 없습니다.

 

 둘째, 호적 등본입니다. 왜냐하면 가톨릭의 혼인은 "단일성"의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적 등본은 혼인 당사자가 전에 혼인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셋째, 혼인 교리 이수증입니다. 혼인은 평생 한번 있는 일이고, 그 혼인은 신중한 선택이고, 그 혼인은 다시 무를 수 없기 때문에 혼인이란 무엇인지, 혼인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알아도 어려움이 생기는데, 몰라서야 더욱 어려움이 많겠죠!

 

 넷째. 혼인 진술서입니다. 우리 교회에는 교회법이 있고, 혼인을 앞둔 당사자는 교회의 법에  정해진 혼인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사제는 두 당사자에게 혼인을 앞두고 혼인 진술서를 통해 질문을 하고 당사자들은 그에 따라 답변을 합니다. 이는 물건을 살 때 제품의 특징을 알고 사야 하듯이 꼭 필요합니다. 충동 구매는 후회를 낳습니다. 사제는 자신이 질문을 했다는 표시로 진술서에 사인을 합니다. 물론 당사자도 성실히 답변을 했다는 서명 날인을 합니다.

 

 이상의 것들은 혼인 당사자들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를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보다 완전한 혼인 성사를 위한 도구들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배울려고 해도 엄청난 시간과 돈이 투자됩니다.

영화 한편을 보려고 해도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과 결단을 내려야하는 혼인 성사 좀더 신중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죠!

 

 얼마 전에 혼인 성사 주례를 서 주었던 젊은 친구들의 이야길 잠깐 하겠습니다.

이 친구들은 혼인 3달 전에 정중하게 찾아와서 주례를 부탁했습니다. 장소는 우리 성당이 아니고 명동성당 이였습니다. 늘 열심히 생활하던 친구들이고 특히 그 중에 한 명은 저에게 교리를 배웠기 때문에 기쁘게 수락을 했습니다.

 

 그 뒤 두 친구는 착실히 혼인 준비를 했고, 미리  명동성당의 다른 혼인을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혼인 일주일 전에는 두 사람이 미리 찾아와서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그러면서 혼인이란, 함께 산다는 것이란, 신앙이란 등등 많은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혼인성사 전에 고백성사를 볼 수 있으면 보라고 당부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혼인성사는 명동 성모 동산이 잠시 깨끗해진 시간에 아주 아름답고 성대하게 이루어졌습니다.(그 당시는 지하철 노조 문제로 명동성당에 수십개의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참 기뻤습니다.  

 

 티코와 에쿠우스는 같은 차라도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티코를 타야한다고, 모든 사람이 에쿠우스를 타야한다고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성당마다 혼인 성사의 방법이 또 그에 따른 부대 비용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에 따라서 사실 교우분들의 불평과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혼인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혼인을 하는지, 가톨릭 교회에서 혼인이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성당은 일년에 혼인성사를 기껏해야 몇 번합니다. 하지만 어떤 성당은 예식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인성사가 많이 있습니다.

 

 본인이 다니는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한다면 주례 신부님을 모시러 이리 저리 다닐 필요도 없을 것이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혼인성사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혼인을 앞둔 많은 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아름다운 혼인은 착실한 준비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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