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1052 / 패턴들

스크랩 인쇄

정란희 [iris2005] 쪽지 캡슐

2012-06-21 ㅣ No.1073


1. O
 
동그라미.
 
그 주인은 돌이다.
그는 '주름살 하나 없는 청순한 뇌'를 늘 증명한다.
그가 쓰는 동그라미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가 아는 말이 없어서 비워놓은 것뿐이다. 
 
그래서 동그라미는 아직도 빈 깡통인 채 시끄럽다.
 
 
 
2. △
 
세모.
 
그 주인은 산이다.
그는 말장난의 홍수에 스스로 무너진 산임을 늘 증명한다.
그가 쓰는 세모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이 남아서가 아니라,
그가 아는 성경에, 주교회의에 '제주도'가 없어서다.
 
그래서 세모는 아직도 외친다. '악법도 법이다.'  '주교를 못 박으시오.'
 
 
3. XX
 
엑스, 엑스.
 
그 주인은 뱀이다.
그는 자기의 친구가 알려준 '마귀 짓'을  늘 증명한다.
그가 쓰는 엑스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아는 천상천하의 욕에 엑스란 다리를 그려, 아직도 용이 되고 싶은 것뿐이다.
 
그래서 엑스는 하나가 아닌, 한 쌍이다.
그래서 그 친군 다리가 있건 없건 뱀은 뱀일 뿐임을 늘 증명한다.
 
 
4. ㅁ
 
네모.
 
그 주인은 종이다.
그는 유신의 종은 새 시대의 주인이 될 수 없음을 늘 증명한다.
그가 쓰는 네모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이 넘쳐서가 아니라,
그가 아는 젖은 쓰레기들을 차곡차곡 채우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 네모는 아직도 축축하고, 너덜너덜하다.
 
 
5. (     )
 
나머지.
 
그 나머지들은 다음에.
 


33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