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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초중고에 ‘美쇠고기 홍보’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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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jbkim01] 쪽지 캡슐

2008-08-08 ㅣ No.7030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8.08 10:51

 
 
ㆍ'대통령 지시사항' 따라 시·도교육청에 공문

ㆍ"대상인원 등 기재후 추진실적 보고" 요구도

정부가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라 전국 일선 초·중·고교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이에 따른 실적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학교를 '수입 쇠고기 홍보창구'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일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달 31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에게 각종 회의 및 워크숍·토론회·연수 등을 이용해 미국산 쇠고기 대책 홍보에 적극 협조하고 그 추진실적을 20일까지 통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는 지난 5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에 대해 "근거없는 헛소문"이라며 수입을 옹호하는 만화를 제작해 일선 학교에 배포(경향신문 5월10일자 9면 보도)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촛불집회'로 주춤했던 정부가 최근 초강경세로 정책기조를 바꾸면서 '미국산 쇠고기 홍보'가 재개된 것이다.

교과부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홍보 지시의 근거로 제시했다. 공문에는 지난 6월24일 국무회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총괄적으로 중앙부처 나름대로 학교선생님,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할 때 쇠고기 대책도 설명하도록 할 것"이라는 발언이 적혀 있다.

공문은 학교 홍보대상 인원까지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매우 구체적이다. '포스터·유인물·리플릿·영상매체' 등을 통한 상세한 방안도 안내돼 있다. 홍보 후에는 '기관명' '일시' '장소' '대상 인원' '방법' '주요내용' 등 기재란을 통해 실적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이 공문은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지난주에 이미 일선 학교에 배포가 완료됐다.

농림수산식품부·외교통상부·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라는 문서도 첨부돼 있다.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 '검역권한 강화' 'QSA 프로그램 시행' 등 추가협상 결과를 나열하면서 "국익에 손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재협상 불가원칙을 옹호하고 있다. 내장·사골·꼬리뼈를 수입 제한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가 " '국제기준상 광우병위험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정부 입장도 그대로 실렸다.

이 같은 정부 지침은 학교현장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교사는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면전환용으로 쇠고기 '계몽'을 시도하는 것은 옳지 않고, 학생들에게 큰 설득력을 갖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을 강조하던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지시라는 지적도 있다. 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 정부시책을 홍보하고 실적 보고까지 하라는 지시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홍보 실적은 결국 기관장의 충성도를 알아보는 잣대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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