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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규 [mindule] 쪽지 캡슐

2007-09-13 ㅣ No.3822

욕설 현수막… 막말 방송… 막가는 사회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7-09-13 21:02 기사원문보기
 
 
최근 욕설과 막말이 난무하는 현수막이 대거 내걸리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동철기자

대학생 정소영(여·25)씨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성당 앞을 지나다가 하얀 소복과 함께 ‘정진석 C8X 불법 납골당 철거하라’라고 씌어진 현수막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검정색 천에 노란 글씨로 ‘납골사업 깡패조직 주민과 주님의 분노로 심판받으리라’, ‘이곳이 뼛가루 장사하는 공동묘지 입구’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들도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정씨는 “자극적인 문구도 그렇지만 흰 소복 걸어놓은 것은 정말 끔찍하다. 아무리 주장이 옳아도 추기경인데 저렇게까지 해놓으면 서로 합의하기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며 “주민들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런 방식의 시위는 역효과만 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들어 서울시내 대로변과 아파트단지, 재개발 현장 등에 욕설이 담긴 현수막과 팸플릿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행정당국은 그러나 현수막 철거 등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아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막말 판치는 집회 현장 = 12일 서울 상암동 이랜드 집회현장, 삼선동 재개발 철거현장, 신촌로터리 상가재개발 현장에는 “흉기조직폭력 박XX 구속하라”, “우리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다”, “철거한다고 입주민 내쫓는 집주인은 개XX” 라고 표현된 현수막이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심지어 페어플레이가 강조되어야할 축구장에도 장례식장에서나 쓰는 검정색 천에 흰색 글씨로 ‘근조(謹弔) K리그’ ‘무능하고 한심한 XX’, 또는 축구연맹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축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에서 3년째 영어강사를 하고 있는 호주인 크리스씨(38)는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국인 친구에게 물어보고 뜻을 알았을 때 정말 놀랐다”며 “사적으로도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나 타인의 죽음을 비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 방송과 인터넷에도 막말 홍수 = 지상파 방송에서 진행자들의 소위 ‘막말 방송’도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받지만 막말 방송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SBS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한 아이돌 스타는 “노래도 안되고 나이만 처먹고”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고 MBC FM ‘윤종신의 2시의 데이트’에서 진행자는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성을 회에 비유하며 “신선해야 돼, 쳐야 돼” 등의 발언을 해 청취자의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나 다음의 기사 댓글, 각종 게시판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X같네, 재수 없어, XX, 깝싸네” 등의 용어로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인사들의 “나를 조진다” “신뢰를 파괴하는 자해행위” 등 품격 없는 말이 하방 효과를 내고 있고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지향으로 치닫다보니 웬만한 자극에도 불감증이 생겨 언어표현에 대한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며 “국민 스스로 깨닫고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손재권·한동철기자 gjac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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