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마을회 제공>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4.3의 아픔을 겪은 제주도민들에게 ‘해군기지’라는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스님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법륜스님은 9일 오후 3시50분께 강정마을 평화센터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해 고권일 해군기지반대책위원장, 문정현 신부, 마을주민 등 40여명과 1시간 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법륜스님이 오전 10시30분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있었던 강연회를 마친 후 오후 5시 서귀포시청에서 예정돼 있던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시간을 내어 방문하면서 이뤄지게 된 것.

법륜스님은 마을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죄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다”며 “그동안 해군기지 문제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언론을 통해서 자주 봐왔지만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년 동안 강정마을에서 고생해 오신 문정현 신부님께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그래도 이렇게 늦게나마 어르신들을 뵙게 되니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 <강정마을회 제공>
법륜스님은 4.3사건 등 과거에 제주도가 겪은 아픈 역사를 언급하며,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법륜스님은 “국가적, 안보적인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과 충분히 합의되고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아픔이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다수의 주민들이 반대하는 데 국가가 필요하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륜스님은 또 “국가를 경영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고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던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라도 더 이상의 큰 불상사 없이 강정주민과 제주도, 그리고 대한민국이 서로 합당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민 강정마을 노인회장의 질문에 대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이어졌다.

김 회장은 “이 모든 과정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의 정당한 항의를 국가는 공권력을 내세워 강압하고 있고, 이제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빨갱이로 몰고 있다”며 법륜 스님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물었다.

법륜스님은 “해군기지 문제는 충분히 논의돼야 할 문제인데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우리사회에 큰 아픔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세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법륜스님은 먼저 국가적 안보상 해군기지가 제주도에 정말 필요한 지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륜스님은 “해군기지가 안보문제에 있어 중국의 팽창에 따른 우리의 해상로 보호 등 국가적인 측면에서의 필요도 있었고, 반대로 한미일 동맹에 한국이 가장 앞장서므로 해서 중국의 타겟이 될 수 있는 위험도 가지고 있다”며 “때문에 어느쪽이 국가안보에 더 이익인 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륜스님은 해군기지가 제주도민의 이익에 꼭 필요한 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해군기지가 국가적 이익에는 부합할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민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도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돼야 한다”며 “특히 제주도는 관광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을 고려하더라도 제주도의 이익에 과연 해군기지가 정말 합당한가를 충분히 논의하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강정마을회 제공>
특히 법륜스님은 “해군기지가 정말 국가적인 필요가 있다면 주민들의 상실감을 어떻게 보상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합의할 지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런 세 가지 문제를 충분히 논의한 후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들을 수렴해서 합당하게 풀어나가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충분히 대화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인데 자기주장만 내세우다 보니 문제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아무리 국가의 이익을 위한다고 하지만, 국가라는 것이 결국은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이며, 국민이 없는 국가는 허구”라고 말했다.

더불어 “목표에 너무 치중하다보니깐, 이런 소중한 국민들의 의견이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제가 강정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나서서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