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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떻게 용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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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7 ㅣ No.9596

 
 
어제 학교 후배와 식당에서 식사 도중 옆 테이블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 파출소에 다녀왔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 2명을 피해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고
 
그 장면을 목격한 그 여성 2명은 제 후배와 몇 번에 말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여성 2명이 식사를 마친 후 제 후배와 실랑이를 하다 저희 둘에게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성인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기에
 
저와 제 후배는 방어만 했을 뿐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정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희보다 덩치도 작은 친구들에게 비참하게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놀란 저는 112에 신고하였고 다행스럽게도 그 2명을 붙잡아 파출소에 데려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희 둘은 피해자, 그 여성 2명은 가해자가 되어 저희가 그 2명을 용서하여 합의를 볼지
 
아니면 그 2명을 경찰서로 넘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2명의 학생들은 형식적인 말투로 용서를 빌며 무릎을 꿇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은 상태이고, 불량한 태도와 말투 그리고 전혀 뉘우치지 않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가식적인 사과를 받으며 저희는 의사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결국 가해자 부모님과 제 후배 부모님이 파출소에 오시게 되었고 어른들의 말다툼으로 번지기도 하였습니다.
 
저를 더 화나게 했던 것은 가해자 아버지의 태도였습니다.
 
겉보기에 경제적인 능력과 사회적인 위치가 있어보이는 사람이였습니다.
 
외상이 조금 있던 저를 개인적으로 불러 선심을 쓰는 듯한 말투로
 
제 상처를 10만원이면 충분히 치료하지 않겠냐며 10만원 줄테니 합의하고 끝내자고 권유하였습니다.
 
말이 권유지 빈정대는 말투로 누가 가해자 부모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기분 나쁜 태도를 보였습니다.
 
가해자 부모님이 왔을 때만 해도 저와 제 후배는 무조건 합의를 보지 않고 경찰서로 넘기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후배 어머니가 그 가해자 친구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많은 화를 내셨지만
 
결과적으로는 저희 둘에게 합의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양쪽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도 경찰관들께서 가해자들이 대학생이고 행실이 바르지 않고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저희들의 결정으로 인해 그 친구들이 전과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창창한 학생들인데 선처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며 어쨌든 결정은 우리들에게 달린거라고
 
그분들의 말씀은 참고로 하되 저희들이 원하는 결정을 내리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그 친구들이 초범이고 용서를 진심으로 빌면 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용서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점에서도 술과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하며 겉모습도 흔히 말하는 불량한 아이들이였습니다.
 
전에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선 저희들이 알 수는 없었지만 한 두번 저지른 것 같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나쁜 행동들로 더욱 용서를 할 수 없었고, 몇 시간동의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가해자 친구들도 본인들의 잘못을 알고 뉘우치며 그 학생들 부모님도 본인의 자녀의 잘못을 진심으로 미안해했다면
 
지금도 전혀 마음의 짐을 갖지 않고 차라리 용서해주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가해자 아버지는 저희가 그 친구들을 경찰서로 넘길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는지
 
되레 더 큰소리를 내며 저희에게 결정을 강요하였습니다.
 
결국 합의를 해줬지만 합의를 해준 후에도 가해자 아버지는 빈정대는 말투로 병원에 가도
 
결과가 뻔한데 뭐하러 돈을 낭비하냐는 식으로 비아냥 거렸습니다.
 
후배의 부모님은 옮은 결정을 내린거라며 다독여 주셨지만, 하루가 지난 지금도 너무 분하고 화가 나서
 
오랜 시간동안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합의를 해주지 않고 가해자와 그 아버지를 괴롭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또한 20대 중반이지만 3,4살 어린 친구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맞을 수 밖에 없는 치욕적인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죄를 뉘우치지 않는 가해자 아이들과 그 가해자 아이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부모...
 
철없는 10대 청소년도 아님 20살이 넘은 성인들의 태도가 너무 황당합니다.
 
평생을 가톨릭신자로서 원수를 용서해야한다는 생각을 늘상 해왔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가해자를 왜 용서해야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되고 힘이 듭니다.
 
지금이라도 어제로 되돌려 그 친구들에게 법을 어길 경우 어떠한 벌이 내려지는지 알려주고 싶어 후회가 됩니다.
 
어제의 치욕적인 장면과 합의를 해준 저희들을 우습게 생각했을 가해자와 그 부모를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말씀도 못 드리고 혼자 마음의 앙금을 갖고 있어야하니 더욱 힘이 듭니다.
 
그 친구들을 합의해준건 그 친구들이 아닌 저를 위한 것이였습니다.
 
먼훗날 제 마음이 편하기 위한 결정이였는데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왜 그들을 용서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용서를 해도 그 용서의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왜 용서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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