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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보잘것 없는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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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21.159.63.*]

2011-08-17 ㅣ No.9597

 

제 남편이 드디어 주님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1년째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 세례를 받을 것 같습니다. 도와달라고 ...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결혼생활 22년동안 단 한번도 저에게 생활비를 준 적이 없는 무능한 남편이지만 마음은 착한 남편입니다.
기회만 있으면 사업에 손을 댔지만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남편입니다.
부모님께 유산으로 상속받은 몇천평 땅이 저당잡힌 신세가 되어 언제 길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토록 신앙을 반대하던 남편이 인생의 벼랑끝에서 신앙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으로 스글퍼짐을 느낍니다.
지난주일에는 미사시작전에 하느님께 하소연을 했답니다.

"하느님, 제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당신을 알고 계시지요?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종일 노동일을 하면서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늘 빠듯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번달에도 큰 애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고 나니 통장이 바닥이 났습니다.
허리펼날 없이 일했지만 늘 허덕이고 있습니다. 만원 이상하는 화장품은 쓰지않았고,  의류와 신발은 늘 재활용품을 얻어서 입었고,  미장원 비용을 아끼기 위해 대충 가위로 자르고 표시 안나게 머리를 묶어서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교회건축헌금을 할때는 일감을 더 늘려서 남들하는것처럼 했습니다. 늘 교무금과 봉헌금을 우선순위에 두고 백만원 남짓하는 월급에서 5만원 교무금에 주일봉헌금 4만원, 그리고 후원금 2만원을 먼저 떼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나름대로 신앙에 충실했는데 그 댓가가 너무나 가혹합니다.

왜 이제사 남편을 부르십니까? 재산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을때 좀 더 일찍 불러주셨더라면 그 재산 축내지 않고 그럭저럭 살수 있을텐데, 남편을 알거지로 만들어서 교회로 불러주시면 어떻합니까? 저는 어떻하라고요?
이제 모든것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온 몸에 힘이 빠집니다. 한편으로는 반갑지만 남편이 너무나 얄밉습니다.
남편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고, 아이들도 반듯하게 잘 자라 신앙안에서 잘 살고 있으니 이제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새벽이면 온몸이 몽둥이로 심하게 맞은것 처럼 아프지만 그래도 일해야 하니까 억지로 일어나 일을 나갑니다.         이제는 모든것 내려놓고 주님 안에서 편히 쉬고 싶습니다....주저리..주저리.."

알맹이도 없는 주절주절 넉두리 기도가 끝나고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미사 중간쯤 신부님께서 바치시는 기도가 제 가슴에 화살처럼 박혔습니다.
"온전한 희생제물이 되게 하소서..."
뜨거운 눈물이 막 흘려내렸습니다.
평소에는 무덤덤한 이 기도문이 불화살을 맞은것처럼 저를 태웠습니다.
그리고 용기가 불끈 솟아올랐습니다. 힘이 났습니다.

그날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서 미사끝나고 매일미사 앞부분 미사통상문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제 가슴에 불화살처럼 박힌 "온전한 희생제물" 기도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절주절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랫만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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