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홍)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교회와 윤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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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규 [mugeoul] 쪽지 캡슐

2000-12-31 ㅣ No.1154

종교가 현실 속에 뿌리 내리려면

결국 도덕적인 윤리성을 지녀야 한다.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성격을 지니고서 신앙행위를 할 때,

종국적으로 그 종교의 세계관·인간관·구원론·계율·교리 등등

그 모든 것은 타락하고 만다.

왜냐면 그것은 필히 망상적이거나 이기적인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니,

즉 앞의 것은 비현실적이요

뒤의 것은 너무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까닭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종교 특히 신앙이란

그런 게 아니라

초현실적이며 내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도덕에 기반을 둔 윤리성은

종교현실에 진실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종교적 성실성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그리스도교의 병폐 그 근본원인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본다.

"복만 받으면 된다"는 식의 기복주의적 신앙태도가

윤리성의 결여를 무엇보다 잘 나타내 준다.

거기에다 여기엔 "나만 구원받으면 된다"는 것도 포함되는 데

결국 기복주의란 이기주의의 소산인 것이다.

왜냐면 그 복이란 대개 타의 희생 하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인 까닭이다.

이처럼 무엇보다 정신적이고 영적이어야 할 그리스도교가

물량주의에 휩싸여 정체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그리스도교적인 아니 반그리스도적인 이기주의는

물론 참된 신앙을 지니지 못한 데서도 비롯된 것이다.

단지 그것이 교회라는 울타리로써 집단화되어

어떻게 보면 대단히 상호적 동료애(친교적 신자 형제애)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동료의식은 또 다른 이기성을 낳아

비교인 아니 종교만 달라도 원수시하는 그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성숙된 신앙과 삶의 태도를 지닐 수 있도록 하는

신자재교육, 특히 윤리교육의 실시이다.

그를 통해 옳지 못한 짓은 설사

하느님이나 교회

심지어는 자신의 양심이 시킬지라도

하지 않는

그런 올곧은 삶의 신앙태도를 지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서 내가 "하느님이 시킬지라도"라도 한 것은

오늘날 우리 교회에서 그런 식의 온갖 말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 자들에게 영의 분별력이 얼마만큼 있는지는 모르나,

그들은 "하느님이 시켜서"

"하느님의 뜻으로"

또는 "교회의 이름으로"

"신자 공동체의 여론을 수렴해서"

또는 "내 양심이 명하기에"

"성령의 계시로" 등등 하며

온갖 몰상식하고 반윤리적이고 비양심적인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런 영적인 일조차도

차라리 도덕의 기준에 비춰 판단함이 나으리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우리는 성서 상에 특이하게 언급된

의인들의 이해 안되는 비윤리적인 일들인

"노아의 술주정"

"아브람이 사라를 자기 누이로 속인 일"

"롯의 근친상간"

"모세의 므리바샘 사건"

"야곱의 장자 상속권 탈취"

"야곱 아들들의 디나 보복사건"

"다윗의 바세바 겁탈 사건" 등등이

그들의 신앙심이 얕아졌을 때 저질러졌음을 알아야 한다.

즉 신앙심의 깊이와 윤리감각의 명징성은 함께 가는 것이다.

 

물론 신앙은 도덕이나 윤리를

더욱 참되게 만들어 주는 것인 까닭에

그것들을 초월한다.

하지만 참된 신앙심은 결코 윤리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짓에 대해

신앙적 유혹이 올 때

우리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

참된 신앙이 그런 방향으로 흐르는 일은 거의 없으니,

그것은 대개 그대의 편견이

하느님의 음성을 압도하여 만든

굴절되고 왜곡된 영적 계시이기 쉬운 까닭이다.

 

따라서 우리 교회나 신자 모두

자신의 할 바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면

차라리 건전한 상식의 잣대에서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사실 대희년을 맞아

교황청과 우리 한국천주교회가

지나간 2천년과 2백년의 교회역사에 대해

그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근본적으로 그것은

지난 역사 속에서 교회가 ’상식’을 벗어나게 한 행동들을

시인하고 반성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기 적시된 모든 사실들,

십자군 전쟁, 종교재판 등등이나

구한말 외세침탈시와 일제 시대 그리고 해방 후의 민족과 역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그릇된 대처에 대한 반성 모두가 그러한데

그 모두가 그 당시

보다 건전한 상식과 윤리적 잣대로

’지금 바로 여기’의 자신의 행동을 비추어 보았다면

교회가 결코 저지러지 않았을 안타까운 일들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은

인간은 그렇게 절절히 반성을 하고도

또다시 훗날에 후회할 짓 그 잘못을

거듭해서 저지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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