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자유게시판

산골통신- 김치를 담았습니다.

스크랩 인쇄

김연자 [agatha11] 쪽지 캡슐

2008-08-09 ㅣ No.122919

 
 
찬미 예수님
새벽에 일어나 찬 우물에 세수를 하고 안개가 휘감은 앞산을 바라봅니다.
앞산의 표정은 계절마다 다르고 그날 그날 달라 보입니다.
요즘엔
한낮의 햇볕이 너무 뜨거워 나설 수가 없어 들일은 아침 저녁으로만 합니다.
 
해 뜨기 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배추 벌레를 잡는 일입니다.
밤새 잎을 갉아 먹은 벌레는 배추잎 뒷장에서 줄기인양 숨어 자는 놈도 있고
너무 많이 먹고 미쳐 숨지 못해 눈에 띄는 게으른 녀석도 있습니다.
이젠 벌레똥만 봐도 벌레 크기를 짐작할 만큼 이력이 났습니다만
잎을 샅샅이 뒤집어봐도 안 보일 땐
아마도 부지런한 새가 와서 벌레를 잡아 먹었으려니 하고 지나갑니다.
이렇게 정성 들여 손끝으로 키운 탓인지 쌈으로 먹으면 아주 고소합니다.
 
이른 봄에 심은 배추는 노루가 다 뜯어 먹어
밭 둘레에 망을 치고 나서 두번째 심은 배추입니다.
춘천에 나가 여러날 지내고 와서 언덕 아래 밭을 내려 가보니
워낙에 더운 날씨라 배추가 더러 썪는 것도 있어서 
속이 꽉찬 걸로 골라서 반을 갈라 소금에 절였습니다.
 
부추밭에서 나가 칼로 부추를 도려 놓고 파를 뽑아 다듬고
생강 마늘의 껍질을 벗겨 놓고 나니 거반 준비가 됐습니다.
뼈까지 저린 물에 배추를 씻어  바구니에 건져놓고
젓국에 새우젓을 섞어 양념을 갈아서
지난 가을, 햇볕에 깨끗이 말려 빻은 고추가루를 풀어놓았습니다.
.
평소 우리 식구 김치 보다 배가 넘는 김치가 궁금했던 남편이
도대체 뭔 김치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구역반에는 그룹홈 형태의 정신지체 시설을 운영하는 자매님이 있습니다.
본인이 아직 암투병 중에 있으면서도 시설에 있는 이들을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지
점점 증상이 좋아져 직장을 다니는 회원들이 속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시골 사는 내가 그 자매님을 도와 드릴 수 있는 일이라곤
번거로운 김치를 담아 주는 일밖에 없어 발병하던 해
가을 김장을 시작으로 여태 김치를 담아 나눠먹고 있습니다.
 
절인 배추가 많이 남아서 오늘은 
양파 마늘 생강을 갈아 체어 걸러서 간을 맞춰 국물을 부어 백김치를 담았습니다.
내일 아이들이 나를 데리려 온다니 그 차에 싣고 나갈 예정입니다.
무농약 채소를 잘 길러 김치를 담아 나눌 수 있도록
우리 부부에게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523 24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