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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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보 [matiasb] 쪽지 캡슐

2007-07-07 ㅣ No.28934

 






,초혼(招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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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글:김소월(金素月)
* 그림: 운보 김기창 화백
* 구성: ma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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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오만함은 소멸을 통해서만 그 균형감과 겸허함을 되찾는 모양입니다!

인간을 가장 많이 철들게 만드는 위대하고도 숭고한 ,
그러나, 가장 지독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에 대한 의식과 절망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살아있음의 환희는 잠시 비통에 잠겼다가는 대개 곧 되살아납니다
삶은 , 숨쉴 수 있는 한 계속되어야 할 그 무엇이기에...


(matia)  


.
* 사랑하는 님을 잃어 깊은 슬픔에 잠겨 계실, 이름모를 당신에게


초혼(招魂)이 망자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망자와의 대화를 바라거나,
망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게 하고 싶어 행하여지는 한국의 풍속이라는군요.
저 역시 실제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초혼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의 생시에 입었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어 지붕에 올라서거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저고리를 저으며
죽은 사람을 세 번 부르는 것을 말함인데
이는 허공에 떠서 저승으로 가고 있는 혼을 돌아오라고 부르는 것이라는군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가신님을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고,
사슴의 울음소리 슬프게 들리고,
황혼에 외딴 산위에 올라,
그 사람의 이름을 그렇게도 서럽게만 외쳐 부르고 있습니다.

당신이 부르고 있는 그 사람의 이름은
가신님에게 돌아오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허공 중에 산산이 부서졌기에,
내가 죽을 때까지 불러도 그 이름의 주인은
이미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당신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고 그리울 것입니다.
뭔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하려고 몇 번이나 마음 다져 먹었지만
끝내 하지 못하고 그만 그 사람은 죽어버렸습니다.

그 말은 분명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겠죠.
그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던 차에
사랑하는 그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그래서 당신은 더더욱 서럽겠죠.

당신이 목이 터져라 피가나도록 아무리 가신님을 불러봐도
그 부르는 소리는 허공으로 번져가지만 그 허공은 무변광대할 따름입니다.

이 허공은 참으로 넘을 수 없는, 죽은 자와 산자의 영원한 벽입니다.
이 넓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랑 하나가 가버린 지금
님이 없는 빈자리에서 우주의 고독과 허무를 처절하게 절규할 뿐입니다.

그래서 또 부르고 부르다가 또 부르다가 죽을지라도
이대로 굳어져 망부석이 되거나 산화되어 흙먼지가 될지라도
당신은 사랑했던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망자에 대한 슬픔을 가슴에 담지 마시고 그 애절한 슬픔을 다 토해내시길....

그리고 그 슬픔이 어느 정도 가시고,
그 슬픔을 이겨내야겠다고 생각이 드시면
당신은 당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자아에 대하여, 가정과 사회에서 이루어야 할 사랑들과
당신이 꼭 해야 할 책무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산자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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