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해군기지 논란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제주도정과 도민을 설득하고 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강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제주해군기지 1차 선박 시뮬레이션(모의실험)보고서에 적용된 선박이 ‘퀸 메리2호’가 아니라는 진술이 나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박원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은 제주도로부터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관련 현안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1차와 2차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비교 검토해보면 대상 선박의 조종성을 나타내는 지수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가 뭐냐”가 물었다.
박 의원은 “1차 시뮬레이션이 퀸메리2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건 허위 보고서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도 정책기획관은 “허위라는 것은 의도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차 시뮬레이션 용역)담당 연구원도 실수라는 점은 인정했다”고 말했다.
장성철 기획관은 “여객선 도면을 스캔하는 과정에서 퀸 메리 2호가 아님을 확인하지 못하고 시뮬레이션이 진행 됐다고 연구원측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2차 시뮬레이션 보고서(왼쪽)와 2009년 1차 시뮬레이션. 같은 선박(퀸 메리2호)을 적용했는 데도 선박의 방향전환 궤적이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1차 시뮬레이션은 2009년 3월~6월, 2차 시뮬레이션은 국방부가 의뢰해 지난해 12월~2012년 2월사이에 각각 수행됐다.
그런데 박의원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1차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선박이 사실은 퀸 메리2호가 아니 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1, 2차 시뮬레이션 선회 실험 결과를 비교해보면 1차가 2차 때 보다 방향전환 궤적이 더 넓은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1차 시뮬레이션이 ‘허위’로 작성됐을 수도 있다는 정황 근거인 셈이다.
국방부와 해군은 기간과 변수 값은 다를 지라도 그동안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선박이 '퀸 메리2호'였다고 해왔기 때문이다.
1차 시뮬레이션 적용 선박이 퀸 메리 2호가 아니라는 추측은 지난 2011년 '민·군 복합항 민항시설 검증 태스크포스(T/F)'에서 먼저 나왔다.
민·군 복합항 민항시설 검증 태스크포스는 당시 그 근거로 “퀸메리2호는 15만1천400톤급 크루즈선으로 길이는 345m이다. 퀸메리 2호를 기준으로 할때 항만 선회장은 직경 690m이상, 곡률반경 1천350m를 확보해야 하지만 해군기지는 각각 520m와 340m로 한참 모자라다”고 제시했었다.
그러면서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인 횡풍압 면적의 경우 용역회사는 8584.8평방미터 라고 했지만 시뮬레이션 대상선박인 퀸메리2호의 횡풍압 면적은 최소 16000평방미터 이상 된다는 점은 중대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후 1차 시뮬레이션에 대한 의혹이 커지자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2차 시뮬레이션을 한국해양대학교에 의뢰했다. 그렇다면 2차 시뮬레이션을 100% 믿을 수 있을까?

 

   
윤석한 민군복합형관광미항건설사업단 공사관리실장(왼쪽) 이창희 국무총리실 제주도 정책관실 산업진흥과장

 

총리실측은 지난 16일 제주도가 시뮬레이션 재연에 불참하자 도청을 찾아 유감을 표명하면서 “내가 해보지 않아서, 내 눈으로 보지 못했다고 해서 다시 해보자는 것은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것이 라게는 정부측 전문가들의 말이다”라며 시뮬레이션 검증 무산의 책임을 제주도에 돌렸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도 도와 총리실이 협의한 것은 기존 시뮬레이션 케이스 범위 내에서 같은 조건으로 같은 도선사가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도측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이를 참관하는 것이란 얘기만 되풀이 했다.
오락가락하는 도정의 행보도 비판 받을 만하지만 지금의 불신은 정부가 ‘양치기 소년’을 자처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거부당한 3가지 특징인 ‘남방파제에 선박이 접안된 조건하에 서방파제 입항’은 1차 시뮬레이션 보고서상에서 수행됐던 경우여서 시뮬레이션 확인 작업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국방부가 “ 현실적으로 상정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거부하는 케이스는 1차 시뮬레이션에서는 수행했었다는 얘기다. 국방부가 1차 시뮬레이션에서 실패한 케이스를 2차 시뮬레이션에서는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항공모함을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숱한 의혹들이 있음에도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나 해명 없이 ‘새로운 시뮬레이션이 있으니 이걸 믿어라’는 식이다.
이처럼 1차 시뮬레이션이나 설계사의 오류와 의혹들이 발견된 상황에서 정부가 2차 시뮬레이션에 대한 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