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소명 -------- 생명, 평화 : 임문철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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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6일 제주교구 주보 첫장입니다. 교내 폭력이 심해져 자살하는 학생이 속출한다는 뉴스를 본 부모는 자녀를 불러놓고 묻는다. "니네 학교도 그러니?" "예, 그런 애들 좀 있어요." "널 귀롭히진 않니?" "아니요, 날 건드리진 않아요." "그래? 정말 다행이구나." 대화는 부모의 안도의 한숨으로 끝난다. 내 아이가 괴롭힘 당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내 아이가 혹시 다른 애들을 장난삼아 괴롭히거나 놀리지는 않는지, 다른 친구들이 약한 친구들을 괴롭힐 때 내 아이는 함께 바라보며 낄낄 댐으로써 공동의 가해자가 되는지, 아니면 모른척 딴청을 부림으로써 소극적 동조자가 되는지, 이런 면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내 자식이 피해를 당하지 않으면 되고, 내 자식이 경찰에 끌려갈 나쁜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강정이든 어디든 안보를 위해 해군기지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래요? 그럼 공군기지도 들어와야 하겠네요?" "에이, 그건 안되죠. 전투기 날아다닐 때마다 얼마나 시끄러운데..... 목장의 소들도 다 유산하고 만대요." "그런데, 해군기지는 되고, 공군기지는 안 되는 기준은 뭐죠?" "......" 나에게 직접 피해가 없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억울함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 마음에 상처를 준다면 그 대가는 언젠가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히틀러 당시의 독일인들은 이렇게 뉘우쳤다.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나는 잠자코 있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잡아갔을 때 나는 침묵했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이 가톨릭 신자들을 잡아갔을 때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나는 개신교였으니까.... 막상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내 주위에는 나를 위해 소리쳐 줄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죽음의 문화의 마지막은 전쟁이다. 그런데 제주는 전쟁보다도 더한 양민대량학살이란 반인륜적 범죄의 희생이 되었었다. 이런 비극은 억울하게 죽었다고 위령탑을 세우고, 진혼제를 거행하고, 유족들에게 치료비 얼마 보조해 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죽은 이들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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