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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질투하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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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희 [namchunghee] 쪽지 캡슐

2013-07-28 ㅣ No.7123

성서에서 영성적 사건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모두 비유 또는 상징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영성(spirituality)'이란 하느님과 사람의 친교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사람은 성령(Spirit)을 통하여 하느님과 친교를 맺습니다.

사실 '질투'뿐만 아니라 '하느님'도 상징어입니다. 하느님이란 단어 자체는 하느님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늘을 아무리 올려다보아도, 또는 하느님이란 단어가 다른 곳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아무리 연구해도 하느님을 알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 회개와 기도의 활동으로 하느님을 뵙는 영성적 사건을 일으켜야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겸손과 온유의 멍에를 메고(마태오복음 11:28-30) 맑고 고요한 마음에 도달하여 그곳에서 직접 하느님을 뵐 수 있습니다. '하늘'은 모든 욕망에서 벗어난 맑고 고요한 마음을 가리키는 상징어입니다. 성서는 하늘에서 나타나시는 '그분'을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질투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저절로 압니다. 이때 하느님의 질투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질투의 의미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질투란 자신의 애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입니다. 사람의 질투는 애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이때 행복은 욕망의 충족을 의미합니다.) 질투는 자신을 배신한 애인과 경쟁자를 해치고 말살하려는 맹목적인 의지입니다. 질투가 일어나면 자신의 운명조차 돌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질투는 관련된 모든 사람을 파괴합니다. 행복을 추구하다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참된 행복을 위하여 우상을 질투하십니다. 사람은 하느님을 애인으로 삼아야만 살 수 있으되 우상을 애인으로 삼으면 반드시 죽습니다. 그런데 욕망에 집착하는 사람은 한사코 우상을 애인으로 삼고 자신의 죽음을 재촉합니다. 우상은 욕망이 빚어낸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행복을 약속하는 애인처럼 사람을 유혹합니다. 사실 우상을 섬기는 사람은 제꾀에 제가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상은 사람이 빚어낸 것 모두를 가리킵니다. 조각품, 건축, 예술, 제도, 신분, 지위, 이론, 교리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지만 대략 물질적인 것(쾌락, 재물)과 정신적인 것(명예, 권력)으로 나누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상에서 완전히 해방된 사람은 반드시 하느님이라는 애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사람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물론 우상은 하느님께서 질투하실 대상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사람이 우상을 애인으로 삼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우상을 질투하시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질투'는 하느님께서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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