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홍)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우매한 언론, 놀아난 우리들-880을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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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 [daram77] 쪽지 캡슐

2000-06-28 ㅣ No.905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료인들의 폐업에 관해 가졌던 저의 의견들이,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많은 부분은, 신문과 방송매체들의 무분별하고 선정적인 보도태도에 영향을 받았음을 생각했습니다.

 

왜 의사들이 폐업을 했을까. 거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전국민적인 차원에서 있었는지. 우리의 법을 적용함에 있어, 우리는 살인을 한 사람이라고 하여도 모두 사형시키거나 무기징역에 처하지는 않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고려하고, 일반 대중의 감정을 고려합니다. 우리는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 이렇게 ’정상참작’을 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고 있었던가. 그리고 이러한 성찰의 기회를 주기 위해 언론이 무엇을 하였는지. 아니면, 오히려 언론이 사회여론을 조장하여 감정싸움으로 몰아가지는 않았는지.  

 

제4부라고 칭해지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는, 무언가 말을 하고, 항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의약분업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의 본질적인 쟁점은 다음의 세가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의보수가의 적용, 임의조제 근절의 방편 마련, 대체 조제의 사전 동의 여부

하지만,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과연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었는지.

 

우선, 의보수가의 인상과 관련하여, 언론(제가 동아일보를 보니까, 동아일보의 경우로 국한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은 단순히 몇 퍼센트가 인상되었고, 그것이 금액으로 환산하면 몇 천원에서 몇 천원으로 오른 것이고를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의보수가의 인상으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게 되었다는 식의 선정적인 발언으로 일관해서도 안됩니다. 인상에 반대를 하건, 찬성을 하건, 지금의 실질적인 의사의 임금이 얼마이고, 이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그 임금이 어느 정도의 수치로 내려갈 것인지, 현재 평균 노동임금은 얼마이며 그와 비교하여 의사들의 급료는 어느 정도의 위치를 점하게 되는지, 종합병원과 개업의의 의원 운영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말해주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분석없이, 막연히 의사들을 ’돈만 아는 짐승’으로 몰아간 것은 분명한 언론의 잘못입니다.

 

도대체 임의조제와 관련한 문제의 진상은 무엇입니까. 어제 동아일보에는 그 문제를 일반의약품의 개봉판매여부로 국한하고 있더군요. 과연 그 문제만 해결되면 되는 겁니까. 의사들은 ’임의조제를 근절해야 한다’하고, 약사들은 ’임의조제는 있을 수 없다’고 하는데, 두 주장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국민들로서는, 언론이 밝혀주지 않고 전문가가 밝혀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무엇을 알아야 찬성을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 양자택일 할 것 아닙니까.

 

대체조제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전동의와, 3일 이내의 사후 통보가 지니는 차이는 무엇입니까. 효과가 같은 약을 왜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입니까.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에 의사와 약사 양쪽에서 쟁점화하는 것입니까.

 

의료대란의 처음부터 끝까지, 제 역할은 전혀 하지 못하고 수박겉핥기에만 만족하였던, 오히려 여론을 호도하여 국민들 편가르기에 급급하였던 언론은, 지금이라도 무엇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말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래도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투쟁은 그 방법에서, 근본 정신에서 어긋나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하여도.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우선 가까이에서 국민들을 가르치고 이해시켜 민중적인 움직임을 유도했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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