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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 안에 갇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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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12-05-03 ㅣ No.750

            ‘마법의 성’ 안에 갇힌 사람들
                         수구 족벌언론들의 광기 어린 도그마를 경계한다






최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 족벌언론들의 폐해에 관한 글을 잇달아 썼다. <태안신문> 3월 29일치 ‘태안칼럼’ 난에 <수구언론의 주술에 중독된 사람들>이라는 글을 썼고(이 글은 같은 날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다), 지난달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오마이뉴스>에 <생각할 줄 아는 국민이 국민이다>라는 글을 쓰면서 ‘수구 족벌언론의 주술과 마법의 성’에 관해 뼈아픈 얘기를 했다.

내가 수구 족벌언론들의 폐해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저 ‘5공’ 시절부터 수구 족벌언론들의 폐해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줄기차게 발언을 해왔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내가 과거에 썼던 수구 족벌언론들에 관한 글을 찾아보니 전면적인 글은 열 개가 넘고, 부분적으로 언급을 한 글은 수십 개에 이른다. <태안신문> 지면에만도 1998년 1월 16일치 ‘태안칼럼’ 난에 <권력 지향 언론에 대한 연민>, 2001년 6월 22일치 ‘태안칼럼’ 난에 <왜곡의 나라>라는 글을 썼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1년 ‘언론개혁운동’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을 때 나도 그 운동에 기꺼이 동참해 ‘안티조선’ 누리집인 <우리 모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2001년 언론개혁운동의 실천적 자세를 표방하기 위해 30년 가까이 구독해 오던 <동아일보>를 끊었다.



▲ 제주 강정을 함께 찾은 노장들 /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1년 동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거행된 ‘4대강 파괴사업 중단을 위한 생명평화미사’에 꾸준히 함께 했던 노장들 3명이 지난 2월 20일 제주 강정마을에도 함께 갔다. 70대 중반이신 최종대 선생과 나보다 한 살 위인 이광원 형은 그 후에도 여러 번 제주를 갔고 지금도 제주에서 고생을 하고 계신데, 나는 집을 떠나지 못해 죄스러운 마음 크다.  
ⓒ 지요하 - 제주 강정마을

나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다. 그러므로 동아일보는 내 ‘모지(母紙)’인 셈이다. 한때는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인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1975년 유신정권 치하에서 동아일보가 ‘광고탄압’을 받을 때 용돈을 털어 여러 번 ‘격려광고’를 내는 등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나름껏 최선을 다했던 일들을 내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해왔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배반과 변신을 뼈아프게 확인해야 했다. <조선일보>를 충실히 따라가는 반 언론적인 태도에 실망한 나머지 구독을 끊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 동아일보는 ‘조중동’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조중동 프레임’에 스스로 완전히 갇히고 말았다.

서울시장과 부총리를 역임했던 조순 선생은 일찍이 “조중동은 그나마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던 한국 사회를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게 어디 신문인가?”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대하소설을 잇달아 생산하여 한국문학의 대들보가 된 조정래 선생은 “우리 사회의 슬픔과 비극은 ‘조선, ‘동아’, ‘중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언론시장의 70% 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비극이다.”라는 말을 했다.  

또 정치학박사로 통일문제 전문가인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한국의 보수언론은 미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바라본다. 특히 ‘조중동’은 객관성과 국익을 뛰어넘는 매국적인 보도를 하는 신문들이다.”라고 수구 족벌언론들의 속성을 꿰뚫은 바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비극은, 바로 그런 부정적이고 퇴행적인 속성들이 수구 족벌언론들의 최대 무기라는 점이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묶어놓는 것, 편파적이고 매국적인 보도, 진실을 호도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자의적인 보도태도가 오히려 그들의 수구 족벌체재를 지탱시켜 주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들은 반 언론적인 속성으로 언론시장 70% 장악을 계속 유지한다. 조정래 선생의 한탄처럼 해결할 수 없는 이 비극은 우리 사회를 대단히 비이성적인 사회로 만들었다. 그런 언론이 판치는 세상에 정의란 존재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구 족벌언론의 주술에 중독되고 ‘마법의 성’에 갇혀 수구 족벌언론의 프레임 안에서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

진실과 정의는 언제나 여벌이다. 본질과 본령에 대한 통찰의 눈을 갖지 못한다. 전후좌우에 대한 분별력도 없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종합적인 혜안은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수구 족벌언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고정되고 한정된 견해와 사고방식을 고수한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먼저 판단과 정의를 내리고 본다. 그런 고정관념은 편견으로 이어지고, 편견은 손쉽게 사실을 과장시키거나 왜곡시킨다. 거기에서 혐오감이나 차별 같은 나쁜 감정이 생겨나게 된다.  
  
수구 족벌언론에 의해 형성된 우리 사회의 도그마는 난공불락의 위용으로 국민의 삶을 지배한다. 사회든 개인이든 수구 족벌언론의 퇴행적인 언어의 세계에 머물면 그 자체가 심각한 정신질환이 되는 현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 2월 20일 오후의 153배 / ‘생명평화미사’ 후 해군기지(미군기지) 건설공사장 입구에서 ‘153배’를 하는 천주교 신부, 수도자, 신자들  
ⓒ 지요하 - 제주 해군기지

최근 한 지인과 제주 해군(미군)기지 건설문제에 관해 토론 같지 않은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는 단순히 안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좌파니, 종북세력이니 하는 말로 매도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제주 해군기지가 우리의 안보보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에 우리가 휘말리는 것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지는 해’라면 중국은 ‘떠오르는 해’라는 견해도 염두에 둬야 하고, 조선 광해군 때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우리가 발휘했던 지혜로운 외교술도 기억해야 한다. 또 중국이 우리와 가장 인접한 최대 통상교역국가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4.3사태’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지금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제주도민들의 심정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제주 강정마을의 1900여 명 주민 가운데 고작 87명이 모여 표결도 없이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사실,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설명회나 공청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고, 87명만으로 비밀스럽게 마을 총회를 열고 군사작전 하듯이 단 15일 만에 결정을 한 사실은 민주주의와 법 절차를 능멸하는 것이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와 논리들은 매우 많고 합리성과 설득력을 지닌다. 공권력으로만 밀어붙여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나와 토론(?)을 한 지인은 내 말을 아예 듣지도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말을 했다. 반대 이유와 논리들이 많고도 많건만 그가 들어 알고 있는 반대 이유는 한 가지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거기에서도 나는 수구 족벌언론의 폐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안보와 개발과 국익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의 안보도 아니고 개발과 국익은 더더구나 아니다. 오로지 수구 족벌언론들의 광기 어린 도그마일 뿐이다. 그 지인 역시 그 안에 갇혀 낡은 유성기처럼 ‘빨갱이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2.05.03 10:37 ㅣ최종 업데이트 12.05.03 10:37  지요하 (sim-o)  
태그/ 수구 족벌언론, 제주 강정마을, 제주 해군(미군)기지 건설, 언론개혁
출처 : '마법의 성' 안에 갇힌 사람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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