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소통행사가 15일 강정의례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제공=김민수씨>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형제·부모와 등돌린 강정마을 내부에 6년 만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15일 찬·반주민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돼 갈등의 불씨를 잠재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강정노인회(회장 김정민)는 이날 낮 12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화합과 상생, 곪은 상처를 터트리자’를 주제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소통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뉜 강정마을의 공동체를 이제라도 회복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해보자는 게 그 취지다.

초청된 마을 주민만 500여명. 다소 서먹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를 씻고 이날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돼 모처럼 강정마을에 웃음꽃이 피었다. 구럼비 발파와 공권력 투입에 따른 잦은 연행 사태로 지칠 대로 지친 주민들이 이날 하루만은 식사와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이날의 최대 관심은 찬성측 주민들의 참석 여부였다. 사실상 반대측 주민들이 주최한 행사에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최종선 전 노인회장을 비롯한 찬성 측 노인 몇몇이 의례회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 참석해 반쪽에 그칠 뻔한 행사를 구해 냈다.

최 전 회장은 이날 “마을의 어른으로서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노인회 주최로 여는 행사”라며 “찬반에 상관없이 이런 때라도 모여야 갈등을 없애고 단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김정민 노인회장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이 고민한 끝에 밥이라도 한 번 나눠먹으면 그게 화합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내 주장이 옳다고 남을 미워하면 또 그 사람은 나를 미워하고 이게 갈등의 시작이다. 서로 미운말 대신 옳은 말을 하자”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민주통합당 김재윤 의원, 김재봉 서귀포시장, 김방훈 제주도 기획관리실장, 양병식 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장, 강정이 지역구인 김경진 도의원, 박정섭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건설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해 뜻깊은 행사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