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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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요한복음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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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hspaul] 쪽지 캡슐

2013-07-01 ㅣ No.7015

 예수님께 치유를 받은 이 사람은 자기가 받은 은혜에 보답하지 않았다. 이 점은 위 본문(5,14-15)에서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예수님은 그에게 새롭게 변화된 삶을 살도록 살아가도록 경고하지만(“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그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응답을 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라든지 “고맙습니다.”라든지 또는 “주님, 제가 앞으로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하는 대답말이다. 나아가 그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따라갔다.” 는 말도 없다. 오히려 예수님의 경고 말씀을 듣는 즉시 바리사이들에게 가서 자기 병을 고쳐주신 분이 예수님이라고 말한다. 38년된 병자의 고발 행위는 라자로의 소생 기적을 보고 바리사이들에게 몰려가 고발한 유다인들의 밀고행위와 같다. 그는 예수님께 치유의 은총을 받았으면서도 그 은총에 보답하지 않았던 것이다.

 성경학자 모리스에 따르면, 그는 안식일 법을 어긴 것 때문에 유다 당국의 협박을 받고 있었고 그래서 무서워하고 있었다. 안식일에 그의 병을 고쳐주고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입증할 수 없다면 그는 안식일 법을 어긴 중죄인으로 처벌될 것이란 유다 당국의 협박을 받고 있었다. 이 사람이 처벌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적을 행한 이가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보고하는 길뿐이었다. 그래서 자기를 낫게 해준 이가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곧바로 유다 당국에 고발한 것이다.

 38년 만에 치유를 받은 이 사람은 은혜를 모르는 자요, 언젠가는 죽을 목숨을 위해 영원한 생명을 포기한 어리석은 자다. 그의 행동은 순전히 자기 안위만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었으므로 결국은 예수님을 배반하게 된 것이다.
 그가 한 말을 보면, 그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늘 남에게 돌리며 자기 위주로 산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이 “온전해지고 싶으냐?”하고 물으셨을 때, 그저 자기의 간절한 바람만 말씀드리면 됐건만 그는 뜬금없이 다른 사람들을 원망했다.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먼저 못 속에 들어가서 병을 고칠 수 없었다고 한다.(7절) 또 유다 지도자들이 그에게 안식일 법을 어기고 들것을 들고 다니다고 단죄하자(10절), 자기는 안식일 법을 어길 마음이 없었지만 자기 병을 낫게 해준 분이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핑계를 댄다.(11절)
 이미 보았듯이 이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강한 사람이었다. 벳자타 못에 가장 먼저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뻔한데도 물이 출렁일 때마다 매번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무모하리만큼 대단한 집념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물론 집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도리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집념은 마땅히 있어야 하고 건강한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께 시선을 두지않는 집념은 파멸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38년이나 앓던 병을 치유받은 이 사람의 집념은 어떻게해서든 자기만 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집념에 불과했다. 

 예수님이 나중에 일부러 그를 찾아와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경고하신 것도 그의 이러한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예수님은 그의 병든 몸과 함께 이그러진 내면과 영혼에 대해서도 안쓰럽고 애가 타서 일부러 찾아와 더는 죄를 짓지 말라고 경고하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기 욕심만 챙기지 말고 진리이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기를 바랐기에, 예수님은 그에게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믿음의 본질은 설사 어떤 불이익이 온다하더라도 내 안위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주님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분에게 무한한 신뢰를 두면서, 우리 전 존재를 봉헌하는 것이다.
- 송봉모 신부, 비참과 자비의 만남, 바오로딸, 93-97.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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